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가 삼국사기, 고려사절요,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증보문헌비고, 승정원일일기 등 역사서 속 지진을 정밀 분석한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을 최근 발간했다.

 

분석에 활용된 역사문헌으로는 일성록, 풍운기, 천변초출승록 등과 개인문집, 지방지 등도 있다. 기상청은 이들 자료를 정밀분석해 각 지진 현상의 발생 일자, 발생위치(위·경도), 진도 등을 집대성했다.

 

책자에 따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 등 역사문헌에 기록된 2161회의 지진 중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440회(20.4%)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도 5 이상의 지진 이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 진도 8 내지 9의 지진도 15회 기록됐다.

 

역사문헌에 기록된 감진지역(지진발생을 느낀 지역)으로 추정한 지진발생 위치는 서울, 경주, 평양 등 당시 수도지역이 주를 이루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 주변일수록 지진을 느끼고 기록하기 쉬웠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컸던 진도 5 이상의 지진은 충청도 이남지역과 평안도 서부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이는 최근의 지진발생 위치와 비슷해 흥미롭다. 역사 속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은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8~9(규모로는 6.7 정도)의 지진으로 가옥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기록됐다.

 

지진 전문가들은 “역사 속 지진기록이 실재하는 만큼 우리는 지진 안전지대에 있다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현주기가 수백, 수천 년 단위인 대지진은 관측 역사가 짧은 지진계 자료만으로는 발생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지진학계에서는 계기지진 뿐만 아니라 역사지진과 지질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해 대지진의 재현주기를 평가하고 있다.

 

 

 

작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재앙을 겪은 일본 토호쿠 지방 역시 과거에 유사한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지진학계에 의해 조사된 바 있다. 869년에 토호쿠 지방에 규모 8.4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해 작년에 발생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해일을 일으킨 선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관련 기록이 최근에야 발견돼 지진과 해일에 관한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못한 채 재앙을 맞아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전혀 도움이 못됐다.

 

국립기상연구소 류상범 과장은 “이번에 집대성된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의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역사 기록의 철저한 분석으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피해 규모를 최소화 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