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마케팅이나 기업 운영에 필요하지만 유료 구매에 대해서는 인식이 현저히 낮아 기상산업진흥원이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188개의 기업 중 48개 기업만이 날씨정보를 유료로 구매해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수치로 따지면 9%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업체들은 무료 기상정보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박광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은 최근 열린 기상이변대응 경영세미나에서도 성장을 멈춘 날씨정보․컨설팅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 원장은 “기상산업 규모가 1000억원대에 육박하지만 장비산업의 독주다”며 “미국과 같은 기상 선진국은 날씨컨설팅사업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시작단계다”며 고른 성장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이러한 진단은 현장에서 직접 기업들을 대면하는 민간기상업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웨더마케터는 “국내 날씨 정보를 구매하려는 민간기업은 50여개 정도 뿐이다”며 “국내에 존재하는 15개 날씨컨설팅 관련 기업이 제한된 수요 안에서 서로 경쟁중이다”고 말했다.
학계는 민간기업들이 날씨정보를 돈을 주고 사지 않는 이유는 날씨를 통한 손해를 줄이는 것보다 당장 날씨정보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임동순 교수는 “날씨로 인한 피해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돈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며 “날씨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의 길을 먼저 열어야 자연스레 기상 컨설팅․예보업 또한 숨통이 트일 것이다”고 조언했다.
무료 기상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날씨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 건설업체 관계자는 “내부에 전담팀을 만들면 굳이 따로 예산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현재 전산팀에서 기상청 날씨 정보를 참고로 그룹웨어에 공사장 날씨를 알 수 있게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민간기업들은 돈을 주고 날씨 정보를 살 때에는 무료보다 품질(정확도)이 좋거나 당장 효과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수요 증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보 정확도의 경우 기상청의 정보와 민간기상업체의 유료정보를 비교하기 어렵다. 국내의 경우 날씨 정보 출처는 기상청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의 70%가 산악지인데다 군사적 이유로 관측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는 영향이다. 때문에 민간기상업체는 기상청으로부터 천리안 위성자료와 세계기상기구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예보를 한다.
같은 위성사진을 보고 기상청 A 예보관은 강수확률을 70%로 볼 수도 있고, 민간기상업체 B 예보관은 강수확률을 40%로 볼 수 있다. 누가 더 정확한가는 매일 다르다. 둘의 평균 정확도를 따지기란 어렵다.
때문에 예보 정확성 보다는 기상청이 서비스할 수 없는 빈틈을 공략하는 것이 국내 기상컨설팅업의 유일한 활로라고 할 수 있다.
민간기상업체의 경우 기상청이 서비스할 수 없는 부분을 공략해 수익을 얻고 있다. 기상청이 원재료를 국민들과 공공기관에 맞춰 해석할 때, 민간업체는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업체의 입장에서 해당 관측자료를 해석한다.
건설업체가 유료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온라인 건설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공사현장 풍속과 풍력등급에 따른 풍속별 작업 범위를 안전작업범위, 주의, 경고, 위험의 4단계로 구분해 공사현장에 전달하고 있다. 민간기상업체는 전담예보관 시스템을 도입해 건설업체에 3시간 또는 3일 간격 등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그룹웨어에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진흥원은 이같은 업종이 증가하길 기대하면서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각 업종별 날씨경영 성공사례집을 만들어 국내 300여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플러스 요인을 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의대학교 경제학과 임동순 교수는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사람에게 또 비가 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돈을 들여 예보를 구매하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 후 보상을 위해서는 예보와 피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참여를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
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