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폐차장.
아무 관련이 없을 듯한 둘 사이에 짧은 밀월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폭우가 찾아오면 일부 폐차장 주인은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국내 폐차 업소 중 하나인 나눔폐차장의 김 사장 왈.
"하루 한 건도 없던 폐차 문의가 올 들어 하루 평균 10건으로 늘어났다"
민간 폐차장 사장들이 쾌재를 외치는 이유다. 대목이다. 폭우가 이렇게 고마울 수 없다.
'폭우 대목'을 누리는 것은 폐차장뿐만 아니다.
침수 차량을 정비하거나 중고차를 매매하는 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신났다.
인터넷에선 카센터들과 중고차 매매상들이 올려 놓은 '침수 피해 차량 전문'이란 게시글들도 보인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다.
“침수된 외제차를 절반 값에 살 수 있다”
평소 눈길만 줄 수밖에 없었던 자동차 마니아에겐 유혹의 문구다.
자동차 부품을 매매하는 업체들도 영업 호황을 맞고 있긴 마찬가지다.
국내외 수입 차량 부품을 사고 파는 신안상사.
"평소에 매물이 잘 들어오지 않았던 외제차 부품까지도 요즘 거래량이 부쩍 늘어 한 해 장사는 걱정 없을 정도다"
여기서 소비자들의 주의해야 할 고민이 등장한다.
“자칫 침수차량을 속아서 사진 않을까”
걱정마시라.
이런 염려를 도와주는 노하우까지 퍼지고 있다.
가장 간단한 노하우는 안전벨트를 끝까지 빼보는 방법. 일부 얌체 중고차 매매상들이 안전벨트 안에 스며 들어 간 흙이나 구정물까지 완벽하게 청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있다. 히터를 틀었을 때 흙냄새나 곰팡이 냄새 같은 악취가 나지 않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못말리는 소비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 기회에 외제차 한 번 타보자는 속셈을 가진 사람들. 침수된 차라도 페라리나 폭스바겐과 같은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다.
서울의 A 중고업체 대표는 말한다.
“침수 피해를 입은 외제차 주인도 폐차보다 반값이라도 받고 팔 수 있으면 이득을 보는 셈이니 매매량이 늘고 있다”
폭우를 반기는 폐차장과 중고 자동차 매매 업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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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