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 이것은 항공기 사고의 70~80% 가량이 발생한다는 마의 시간대다. 즉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땅에서 뜨고 내릴 때가 사고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항공기의 이착륙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날씨이다.

 

지난 2002년 12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중국 민항기의 김해공항 추락 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이 사고 역시 착륙을 몇 분 앞두고 발생했다. 기상악화 상황에서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려다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 당시 김해공항은 짙은 안개 속에 비바람마저 강하게 불고 있었다.

 

모든 교통수단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항공운항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소는 안개라 할 수 있다. 이는 비행기의 이착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정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안개로 인해 일정지점의 정해진 고도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비행기의 착륙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한편 겨울철의 눈도 항공기 이착륙 지연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눈이 0.06 cm 이상만 내리더라도 이착륙 지연사고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2004년 3월에 엄청난 폭설이 쏟아졌을 때 대부분의 공항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양양공항은 며칠째 모든 항공기가 결항되었고, 김해공항에서도 활주로에 쌓인 눈 때문에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되었다.

 

미 연방 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의 이착륙이 지연된 사고 중 장비 등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는 2%에 불과한 반면 무려 70% 이상이 날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도 한다.

 

미국에서만 항공기 이착륙 지연 사고로 연간 30억 달러가 넘는 추가 경비가 발생한다. 순전히 날씨 때문에 항공사들은 연간 2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가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하면 시간당 1,5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또 공중에 있는 항공기가 제때 착륙하지 못해도 매 시간마다 2,800달러의 비용이 공중에 날아가 버리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건설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항공기가 착륙에 실패하여 재착륙을 시도한 횟수가 무려 1,000여 건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기상악화가 56.3%를 차지해 착륙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행기의 결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전국의 공항에서 발생한 결항 원인을 살펴보면 기상이 문제가 된 것이 절반 이상이다. 결국 결항되는 비행기들 중 두 대당 한 대는 날씨 때문이라는 얘기다.

 

국내공항들 중 몇몇 곳은 특히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날씨는 주변의 지형적 특성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데 이들 공항의 위치상 안개 발생률이 높거나 기상변화가 유난히 잦은 곳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공항은 비행기의 결항이 발생하면 100% 날씨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항횟수가 다른 공항보다 적은 군산공항도 결항의 대부분이 안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주로 봄철에 많이 발생하는 안개로 인해 이 시기의 결항회수는 한 달에 4편 꼴이다.

 

이러한 기상악화로 인한 비행기의 연착 사고나 결항은 승객들이나 항공사 모두에게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승객들은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구르게 되고, 심지어는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다른 공항에 착륙하여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의 경우 270명 정도가 탑승하는 A300 항공기 1편이 결항되면 항공사측의 영업 손실은 약 1,000만 원을 넘고, 370여 명이 탑승하는 B747 점보기 1편이 회항하는 경우 입게 되는 영업 손실은 약 2,0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승객 보상금 등 예상치 못한 경비 역시도 항공사가 떠안아야 할 큰 부담이다.

 

결국 이러한 각종 항공사고들을 최소화하고 조종사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기상정보의 치밀한 분석과 첨단항공장비의 도입을 통한 안전운항 화보만이 최선이다.

 

최근 울산공항에서는 윈드프로파일러 등 새로운 관측시스템의 도입으로 활주로와 공항의 기상상황을 보다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이제 날씨 때문에 운항 장애율이 높은 공항이란 불명예 대신 날씨를 잘 관리하는 선도적인 공항의 영예를 안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kdsik@kweath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