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노원구에 사는 김정화 씨(35세)는 요즘 부쩍 가족 건강에 관심이 높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는 머리감을 때 한웅큼씩 머리카락이 빠진다며 야단법석이다. 네 살배기 둘째도 전에 없던 천식과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집도 혹시 ‘환경호르몬?’ 걱정이 앞선다.
최근 ‘환경호르몬’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동물이나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등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물질이다.
1997년 5월 일본의 학자들이 NHK방송에 출연해 "환경 중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생물체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하여 環境ホルモン(간쿄우호루몬, enviromental hormone)이라고 명명한데서 '환경호르몬' 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현재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목록에는 DDT 등 농약 41종과 음료수 캔의 코팅물질로 쓰이는 비스페놀A, 폐기물 소각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67종을 환경호르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의 143종, 미국의 73종 화학물질이 이에 해당한다.
내분비장애 관련 연구결과와 사례가 보고된 물질로는 음료수 캔의 코팅 물질 등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와 농약이나 변압기절연유로 사용되다 현재 사용이 금지된 DDTs와 PCBs, 소각장의 다이옥신류, 선박 바닥의 방오제인 유기주석화합물(TBT) 등이 있다.
그밖에도 합성세재의 원료인 알킬페놀과 컵라면 용기의 원료로 쓰이는 스티로폼의 주성분인 스티렌이성체 등이 환경호르몬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대만에는 Poly chlorinated Biphenyl(폴리염화비페닐)에 오염된 식용유를 사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성장 지연, 주의력 결핍증, 사춘기의 성기 외소증 등이 관찰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도 오대호의 물고기를 많이 먹은 산모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출생시 뇌의 크기가 작고 운동신경장애 등의 발달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화학물질들이 많이 사용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이제 개인의 건강수준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최근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이 나서 개인과 기업의 친환경 문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열린 기후변화센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이제 환경문제는 기업과 개인, 사회단체 모두가 함께 해야 할 사회문제가 됐다”며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학물질로 오염되어 자원활용도가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와 발맞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발효과학’, 미생물 과학이다. 연구와 상품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자생 버섯에 분자육종 기술을 도입 환경호르몬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우량균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미 발효를 이용해 하천정화를 하는 방법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바가 있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 대포천이 그 예다. 3~4급수 정도의 쓸 수 없던 물이 지금은 1급수로 변했다. 대포천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노력한 결과로 만들어진 발효 흙 콩이 그 주인공.
쌀뜨물을 발효시킨 액체, 효모와 유산균으로 만든 발효제를 버무려서 작은 공 크기로 만들고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시키면, 흙공 표면까지 하얗게 미생물이 번식한다. 이 흙공을 하천에 던져 놓으면 흙공이 서서히 녹으면서 미생물들이 하천으로 빠져나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미생물들이 바닥의 퇴적물질과 오염물질등을 분해하고 악취를 제거해 준 것이다.
이제 발효의 영역은 식품과 화장품의 영역을 넘어 환경과 에너지를 아우르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시대를 열었다. 작은 미생물의 세계가 환경과 식량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들의 해법의 통로가 되고 있다.
 정의정 기자 irumy20@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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