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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 맴, 맴, 매에에에~~~~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사는 김모(30·직장인)씨는 최근 매일같이 지속되는 열대야와 밤새 울어대는 매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김씨는 “겨우 잠이 들어도 동틀 무렵인 새벽 4~5시면 매미들이 다시 시끄럽게 울기 시작해 잠을 설치게 된다”며 “매미소리 때문에 주말에도 늦잠을 못 자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열대야 현상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일 기준 서울에는 5일 연속, 대구에는 10일 연속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열대야만으로도 잠을 이루기 힘든 요즘, 밤낮을 모르고 울어대는 매미만한 불청객도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종(種)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미소리의 강도는 62~82dB 정도다. 대개 소음 환경기준치인 65dB를 웃돈다. 심할 경우 열차가 철로변을 통과하며 내는 소음인 100dB을 넘기기도 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방충망에 붙어 가까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의 크기는 90dB에 육박한다”며 “이는 노래방에서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크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5~7년을 땅 속에서 기다린 끝에 세상에 나와 2주 남짓한 짧은 생을 목이 터져라 울다 가는 매미의 삶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밤잠을 방해하는 매미가 미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왜 유독 도시 매미들만 이토록 늦은 밤까지 울어대며 잠 못 드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도심의 가로등·네온사인 등 ‘인공조명’이다. 조명 탓에 광(光)주기성에 혼란이 온 매미들이 밤을 낮으로 착각한다는 것. 여기에 생명이 끝나기 전에 빨리 짝을 찾아 개체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는 번식본능이 더해져 그토록 쉬지 않고 울어댄다는 얘기다. 사람은 매미 때문에 잠 못 들어 괴롭고, 매미는 사람 때문에 쉬지 못해 괴로운 셈이다.

 

밤에도 기온이 2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말매미·털매미·유지매미 등 20여종의 한국 매미들은 대부분 일정 온도 이상에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우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연이은 열대야 현상도 매미 울음소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곤충학자들의 설명이다.

 

 

매미소리의 ‘맴, 맴, 매~’하는 리듬이 사람의 심리를 민감하게 자극해 수면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배명진 교수는 “매미가 울 때 ‘맴’과 ‘맴’ 사이에 0.5초의 시간차가 생기는 데 이를 ‘사이렌 효과’라고 한다”며 “소리가 하나의 음정으로 평이하게 ‘삐~’하고 들리는 것보다 ‘삐익 삐익’하는 패턴으로 음의 리듬이 변화할 때 사람의 귀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매미가 울다가 ‘매~’하고 잠시 쉬어가는 구간에서는 넓은 음폭이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자극적 소리가 나타난다. 이는 스티로폼이나 손톱으로 유리창 또는 칠판을 긁어내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이런 소리가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동시에 마음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매미 소리의 음역대가 사람이 잘 듣는 소리의 음역대와 비슷한 것도 우리가 매미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매미소리의 음역대는 보통 2500~5500Hz다. 여기에 사람의 귀가 잘 듣는 3000~4000Hz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매미가 멀리서 울더라도 체감 소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밤 기온이 높을 경우 소리가 더 멀리까지 전달되는 것도 밤 매미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배 교수는 “대낮에는 태양열로 인해 소리가 하늘로 올라가지만, 야간에는 지열 때문에 소리가 옆으로 퍼지게 돼 매미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린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매미 소리를 줄일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매미가 싫어하는 나무를 도심에 심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것도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매미 소리는 매미가 짝짓기를 마치는 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