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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일 오전 출근시간. 날은 밝은데도 수원 시내 도로에서 거리의 차들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기이한 모습이 펼쳐졌다. 안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연무현상으로 가시거리 확보가 어려워진 차들이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라이트를 켠 채 서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 2008년 7월, 부산에서는 심각한 연무가 발생돼 휴가철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적도 있었다. 당시 부산을 방문했던 관광객 조모(38)씨는 “사상구 삼락공원은 바로 앞 100m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뿌연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며 “쾌청한 바닷바람은 커녕 메케한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불평했다. 구덕산에서 관측된 미세먼지농도는 황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일 년 내내 발생하는 연무를 수증기가 원인인 안개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황사보다 치명적인, 조용한 습격자 ‘연무’일 가능성이 높다. 연무는 대기 중의 황산과 같은 물질이 수증기와 응집되면서 시계가 1~10km로 제한받는 현상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무와 황사는 시정을 악화시키며,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봄철 잦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연무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1㎛(마이크로미터=m의 백만분의 1) 이하로 최대 18㎛인 황사보다 훨씬 작아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봄철이 아닌 경우 고기압이 장기간 머무르는 등 대기가 지체되면서 공기 순환이 더뎌지면 대기 중의 오염물질과 섞여 연무가 악화되기도 한다. 평소에는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순환과정을 통해 대기 정화가 이뤄지지만 대기 중에 역전층이 형성되거나 고기압이 장시간 체류하게 되면 연무를 가둬놓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던 1952년. 런던에서는 햇빛을 보기가 힘들었다. 잦은 안개에 공장에서 배출된 검댕과 황화합물질로 인한 연무가 더해져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죽어나갔다. 1991년에는 연무로 런던 시민의 사망률이 10%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것 말고도 각종 피해를 야기한다. 연무는 햇빛을 흡수하거나 산란시켜 시야를 흐릿하게 만든다. 심하면 비행기의 이·착륙이 늦어지거나 결항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햇빛을 차단해 광합성이 필요한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 농사에 지장을 준다. 또한 연무 속에 포함된 산성물질은 식물 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연무의 원인은 가정의 난방과 취사,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매연, 화전경작, 산불 등의 인간활동이다. 따라서 함유 성분도 염소, 질산, 황산, 나트륨, 암모늄 등의 화학물질이 대부분이다. 칼슘, 마그네슘 등 자연 토양성분이 많이 함유된 황사와 대조적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관계자는 “황사만큼 주의가 필요한 재해가 연무”라며 “연무에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이 섞여있는 만큼 연무가 예보되면 아침운동과 장시간의 외부활동을 삼가고 시정거리가 짧은 만큼 운전에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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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