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8일, 인천 왕길동이 술렁거렸다.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는 전조현상은 없었다. 스르륵 땅이 꺼지더니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2차선 도로를 질주하던 승합차량은 길가로 급하게 핸들을 꺾어 피했다. 하지만 상황을 알지 못한 중국집 배달원은 그대로 구멍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그 크기는 가로 11m, 세로 12m에 달했고 폭은 무려 21m였다. 전문가들은 "상수도 누수로 물이 계속 스며들어 땅 속에 구멍이 뚫렸고 물기를 머금은 흙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반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반이 꺼지면서 거대한 웅덩이가 생기는 ‘싱크홀(Sink hole) 현상’. 발생 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지반 속 동굴 붕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랜 가뭄 등으로 지하수 수면이 내려가거나 내부의 지하수가 빠지면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는 깊이 150m의 싱크홀에 3채의 집과 트럭이 빨려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2010년에는 지름 20m, 깊이 30m의 거대 싱크홀이 발생해 3층 빌딩이 사라진 적도 있다. 구멍을 메우는 데에만 무려 3년이 걸렸다. 현지인들은 큰 폭우 뒤에 사건이 발생해 물기를 머금은 흙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내부 동굴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자주 발생했다. 쓰촨성 창닝현의 한 마을에서는 2010년 2월 일주일 사이에 크고 작은 구멍 80~100개가 생겼다. 그 여파로 논밭, 집, 도로가 가라앉는 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미국 오클라호마 세이어 지역의 평야지대에서도 싱크홀 발생이 보고됐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자주 목격됐다. 전남 무안군에서는 방앗간이 하룻밤 사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는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땅에 구멍이 생겨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다. 2010년 6월에는 충북 청원군 마을 저수지에 생긴 구멍으로 물이 모두 사라지는 괴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심에서 자주 발생하는 특성상 싱크홀이 자연현상이 아닌 인재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하 배수관이 낡아서 파열되면 흘러나오는 물이 지반을 휩쓸며 싱크홀 발생률을 높인다. 지하철 개발도 지반을 악화시킨다. 무분별한 생수사업은 중요한 지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지하수를 다 퍼내 지표면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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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