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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기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닥친 끔찍한 불행들을 바꿔놓는다. 그러나 과거를 바꾼 탓에 현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나비효과’의 줄거리다.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 소위 ‘나비효과’ 이론이다. 물리학에서 카오스 이론의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비효과’ 이론이 기상예측을 연구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61년 당시 MIT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 사진)는 일기예보과 관련된 복잡계의 미분 방정식을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적 방법으로 풀고 있었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초기의 무시할 만큼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로 발전한 것을 알게 됐다. 그 차이는 컴퓨터 고장을 의심했을 정도로 엄청났다.
이 사실을 토대로 작성한 논문이 ‘Can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다. 브라질 나비의 날개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표현이다. 로렌츠는 1972년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에서 기상의 예측가능성에 대해 발표하며 나비효과 이론을 이용했다.
초기의 미약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야기한다는 나비효과는 왜 기상현상이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론에 따르면 기상 예측 기간이 길수록 오차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 기상예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날씨 예측 과정은 기상실황 파악과 자료수집, 분석, 예보 등 3단계로 이뤄진다.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된 기상정보는 통신망을 통해 기상청 슈퍼컴퓨터로 집결된다. 모인 정보들은 슈퍼컴퓨터에 입력되고 장기, 단기, 태풍, 파고, 기온 등 모델별로 분석된다. 수치예보모델을 통해 예상일기도가 만들어지면 예보관이 이를 해석한다.
이 과정 중 실황 파악과 자료수집 단계에서 약간의 변수가 영향을 미쳐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는다. 근본적으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기상학에서 출발한 나비효과 이론은 사회,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현대의 나비효과는 그 파급효과가 위력적이다. 디지털과 매스컴의 발달로 정보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순식간에 전세계로 이슈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나비효과는 알제리와 바레인, 이집트, 이란, 요르단, 리비아 등 중동 지역의 ‘아랍의 봄’에서 대표적으로 검증됐다. 2010년 12월 이래 이들 지역의 반정부 시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항운동으로 번졌다. 특히 튀니지와 이집트는 정권 교체로 이어졌고, 혁명으로까지 불리게 됐다.
이집트도 시작은 작았다. 무바라크를 축출하는 시위를 벌이자는 문자메시지로 시작됐다. 젊은 층이 반응해 시위대를 형성했다. 무바라크는 경찰을 동원해 강경진압했다. 수백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전세계는 이를 강력 비난했다. 유혈사태를 계기로 시위대는 전세계의 이목을 이집트로 집중시킬 수 있었고,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다. 문자메시지가 역사에 남을 ‘혁명’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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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