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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때문에 전쟁에서 지다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요소 중 하나는 날씨다. 기상을 이용해 승리를 거머쥔 이가 제갈량이다. 반면 나폴레옹은 전쟁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동유럽의 기독교 문화도 이스탄불의 유례없는 추위 덕분에 지킬 수 있었다. 날씨가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역사를 바꾼 사례다.
나폴레옹, 러시아 날씨에 패하다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하기로 악명 높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인 러시아 시베리아의 오미야콘이라는 곳은 우유를 짜면 바로 얼어 아예 덩어리째 판매하기도 한다. 춥기로 악명 높지만 추위 덕분에 적군을 물리친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겨울에 패한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신’ 나폴레옹이다. 그는 유럽 여러 국가와 전쟁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영웅 반열에 올라선 후 황제로 등극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전투에서 뛰어난 면모를 발휘했지만 그도 ‘동장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럽 전역에 걸친 제국을 건설한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로 원정을 떠났다. 오랜 전쟁 끝에 러시아 모스크바로 입성하지만 그의 군대를 기다린 것은 혹독한 추위였다. 러시아군이 도시에 불을 지르고 퇴각한 탓에 추위로부터 몸을 숨길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병사들은 동상과 병에 시달렸다. 결국 나폴레옹은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퇴각했다. 이때 생긴 말이 ‘General Winter’, 즉 ‘동장군’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독일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련을 침공했지만 동장군의 기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추위를 견디니 눈이 녹는 해빙기라 땅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진흙에 발이 묶인 독일군은 큰 피해를 입고 퇴각했고 이때 ‘General Mud’, 진흙장군이라는 말도 생겼다.
촉나라 건국 계기 ‘적벽대전’ 날씨로 이겼다
“삼국지를 3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
스테디셀러인 ‘삼국지’의 가치를 표현한 말이다. 단순히 중국 역사를 담은 내용이 아니라 인생의 지혜가 녹아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날씨를 이용해 전투에서 승리한 기록이 눈에 띈다.
날씨가 승리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한 전투는 3대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적벽대전이다. 후한 말기 손권과 유비 연합군이 조조와 싸웠던 전투다.
조조는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남하해 적벽에서 유비, 손권 연합군과 대치했다. 수적 열세였던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에게 승리하게 된 계기가 날씨였다. 제갈량이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을 이용해 조조의 수군을 무찔렀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을 어떻게 예측했을까. 전쟁을 치르던 당시는 동짓날이었다. 중국 대륙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최고로 발달하면서 북서풍이 세게 부는 때다. 편서풍을 따라 이동성 고기압은 동쪽으로 이동했다. 때문에 전쟁 초반에는 남동쪽에 위치한 연합군이 불리했다.
그러나 고기압은 세력이 약해지면 둘로 나뉜다. 그 사이에 저기압이 형성된다. 전쟁을 치르던 양쯔강 중류에 고기압이 지나면서 저기압이 뒤따랐다. 저기압은 온난전선을 동반하고 전선 앞면에는 항상 동남풍이 분다. 제갈량은 편서풍에서 곧 동남풍으로 바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조조의 수군은 강한 바람에 배가 파손되지 않도록 서로 연결해둔 상태였다. 연합군은 방향이 바뀐 바람을 이용해 불로 공격하는 방법을 썼다. 파손되지 않도록 연결한 배는 오히려 속수무책 불에 탔고 조조군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 전투의 승리를 바탕으로 유비는 촉나라를 안정적으로 건국할 수 있었다.
동유럽 기독교 문화 지킨 ‘혹독한 추위’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전쟁에서도 날씨는 위력을 발휘했다. 동로마와 이슬람 움마이야 왕조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이다. 이슬람군은 당시 기독교의 중심이던 콘스탄티노플(현재의 터키 이스탄불)을 두고 전쟁을 일으켰다. 678년과 718년 두 차례에 걸친 이슬람군의 공격에서 동로마는 기독교 문명을 지킬 수 있었다. 717년 겨울의 혹독한 추위 덕분이었다.
콘스탄티노플 성벽은 견고하고 높았다. 이슬람군은 성벽 주변에 참호를 파고 포위하는 전략을 폈다. 전투가 장기화 될 조짐이었지만 날씨는 이슬람군을 돕지 않았다. 공방전이 벌어지던 717년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유례없이 혹독한 추위가 찾아왔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콘스탄티노플 근처에 폭설이 내릴 정도였다. 더운 아라비아 출신의 이슬람 병사들에게 치명적이었다. 결국 그 해 겨울 이슬람군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었다. 이슬람군의 사기는 뚝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후퇴하려던 이슬람군은 폭풍을 만나 대부분 수장됐다.
‘전쟁세계사’ 김성남 저자에 따르면 당시 1년 동안의 전투에 동원된 21만 이슬람 군인 중 단 3만명만이 고향땅을 밟았다. 2차 콘스탄티노플 전투의 참패는 이슬람권을 다스리던 옴마야드 왕조가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동로마 정벌을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움마이야 왕조는 750년 망하고 아바시드 왕조로 교체됐다.
김성남 저자는 이슬람군의 동유럽 진출 실패가 유럽 문명을 살린 전투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군이 콘스탄티노플까지 점령했다면 지금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이슬람화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슬람군의 패배는 동유럽의 종교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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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