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는 어디일까. 인도양부터 서태평양까지 이어지는 적도 부근이다. 태양열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이곳의 이름은 ‘웜풀’. 표층수온이 29도 이상이다. 지구의 심장, 혹은 보일러라고 불린다. 그러나 웜풀의 지속적 수온 상승이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웜풀은 태평양 적도지역에 부는 무역풍이 따뜻한 해수를 공급하면서 형성된다. 규모는 북미대륙 정도의 크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웜풀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보일러’라는 별명은 빈말이 아니다. 지구의 순환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극지방과의 수온 차이는 대기가 남북방향으로 순환할 수 있게 한다. 따뜻한 웜풀의 해류가 대기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웜풀의 따뜻한 열기가 대기를 가열시켜 이곳을 통과하는 폭풍의 강도를 강화한다.
단순히 수온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기후의 변화를 초래한다. 물은 열 함유량이 매우 크다. 수온이 약간이라도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이러한 이유다. 수온이 높으면 그만큼 대기로 증발하는 수증기가 많아진다. 이는 곧 구름량과 강수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극한기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수온 변화는 예민하게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지구의 보일러’ 웜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탓이다. 갈수록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서태평양 웜풀 부근의 표층수온 기록에 따르면 1910년 28.6도였던 것에 비해 2010년 현재 29도를 넘었다. 100년만에 1도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웜풀의 변화가 기후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태평양 웜풀의 수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유사 엘리뇨라고 한다. 엘리뇨는 원래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을 말한다. 같은 현상이지만 서태평양에서 발생해 유사 엘리뇨, 혹은 웜풀 엘리뇨라고도 부른다. 이 유사 엘리뇨 현상은 한반도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의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가 웜풀 엘리뇨의 영향권에 속한다. 혹한이나 집중호우 등 극한기후가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엘리뇨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여름과 가을철에 이상저온, 이듬해 봄철에 온난한 기후가 나타난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를 ‘기후변화 민감지역’으로 분류했다. 온실가스 농도와 평균 기온상승폭이 지구 평균에 비해 크고 식생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 등이 원인이다. 기후변화 민감지역이라는 점은 웜풀의 변화에 한국이 민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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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