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한반도의 겨울 풍경도 바꿔 놓고 있다.
최근 겨울에 강물이 어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또 언다고 해도 두께가 얇아 금세 녹아버리기 십상이다. 이처럼 강물에서 얼음 보기가 어려워졌다.
겨울이면 두께가 50~60cm나 되는 얼음이 꽝꽝 얼었던 한강. 수백 명이 모여 스케이트 경기가 열릴 정도로 겨울철 한강의 얼음은 단단했다.
하지만 수십년 사이 잘 얼지 않는 강이 돼 버리면서 모두 옛말이 됐다. 설사 얼음이 얼었더라도 얇기 때문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김태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주무관은 “많은 가구에서 나오는 온수가 한강에 유입되면서 그전보다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강이 어는 시기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계속 늦어지고 있다. 1950년에는 평년 기준이 12월 20일이었다. 하지만 60년 뒤인 2010년에는 1월 중순쯤까지 갔다.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도 짧아졌다. 1900년대에는 80일나 됐지만, 2000년대에는 14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의 겨울철 온도는 60년대 -2.3도, 70년대 -1.2도, 80년대 -1.5도, 90년대 0.2도로 평균 기온 역시 상승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겨울보다 열이틀이나 늦은 지난 14일에 처음으로 한강이 얼었다. 이대로라면 한강에서 얼음 구경하기가 힘들어 결빙 관측 지점도 소용 없어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철 먹거리 패턴도 바뀌었다. 연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사과와 배, 포도 재배지는 갈수록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로 겨울철 오징어와 쥐치가 잘 안 잡히자 육포가 대체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구 온난화로 먹거리 패턴이 바뀌면서 ‘제철 음식’이라는 단어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구온난화는 먹이사슬의 교란도 우려시킨다. 따뜻한 겨울 탓에 2월초면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여름철새인 뻐꾸기와 왜가리가 온난화 때문에 텃새가 됐다. 이상고온으로 동물의 동면이 짧아지면 먹이를 많이 먹어 먹이사슬의 교란이 생길 수도 있다.
법정전염병 환자 역시 늘었다. 말라리아, 볼거리,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등 법정전염병 환자 발생이 크게 증가했다. 그 원인은 따뜻한 봄 날씨 지속, 매개곤충의 번성, 전염병을 옮기는 병원성 균이 겨울철에도 따뜻한 실내에 잠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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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