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한파와 폭설로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일본,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한파는 극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찬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북극 진동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강타한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71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 동유럽에서는 79명이 추위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3m가 넘는 폭설에 50명이 넘게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도 각각 수십명이 동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 분야의 피해도 컸다.
주요 공항에서는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이ㆍ착륙이 지연됐고 주요 도로가 통제돼 혼잡이 빚어졌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내린 이탈리아 제노바와 볼로냐 등 일부 공항에서는 여행객들에 발이 묶였다. 폭설이 내린 일부 국가에선 트레일러 트럭의 운행이 모두 취소됐다.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유럽 남부 이탈리아는 중부 4개 지역에서 7.5톤 이상의 트럭 운행을 금지했다. 프랑스 남부지방에서도 길이 얼면서 물류 운송 트럭의 야간 고속도로 통행을 제한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위크는 2일 “유럽의 한파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당분간 전기값이 큰 폭으로 뛰고 곡물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 최대의 전력 시장인 독일은 시간당 1메가와트(MW)당 60.5유로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곡물 가격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유럽의 주요 곡창지대인 흑해 지역의 한파 피해가 예상외로 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습한파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 과수농가들은 잇따른 기습한파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천 등 복숭아 주산지에선 지난해 겨울 혹한으로 상당수 나무가 고사했던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동해를 입은 복숭아농가들이 올겨울에는 나무 밑동에 동해방지테이프를 두르거나 짚을 쌓는 등 혹한에 대비했다. 하지만 최근 영하 20℃에 육박하는 한파가 발생하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기습한파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작물의 생육이 늦어 수확에 차질을 빚는데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마저 부진하기 때문이다.
딸기 주산지인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년 같으면 딸기 출하로 분주해야 할 삼례지역 딸기농가들은 최근 기습한파로 생산량이 급감한데다 저온으로 인한 생육장애까지 겹쳐 울상을 짓고 있다.
생산량이 급감하자 삼례농협은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해야 할 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신학 과장은 “예년에는 하루 출하량이 5~7t이었는데 최근엔 평일은 거의 없고 주말에야 겨우 4t 정도가 출하된다”고 밝혔다.
강원지역 복숭아 재배농가들은 최근 한파로 복숭아나무에 동해피해가 발생한 2010년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꽃눈이 올라오는 올봄이 되면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일부 시설재배농가들은 한파로 영농비가 늘어나자 농산물 출하를 늦추거나 기름값 절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