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돌린 의혹이 제기돼 당 내에서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권력의 실세에서 비난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날씨속담에 나오는 ‘서리 맞은 구렁이 신세’다. 세력을 부리던 사람이 세력이 없는 신세가 됐다는 의미다.
민주당도 속타기는 매한가지다.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 내부는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도 못한다. ‘가을 바람의 새털’ 형국이다. 꿋꿋하지 못함을 표현한 날씨속담이다.
우리 속담 중에 기상 현상이나 날씨를 인용한 것이 제법 많다. 농경 중심 사회였던 우리 민족에게 날씨는 가장 중요한 관심거리였다. 특히 날씨 관련 속담은 대부분 한자어가 포함되지 않고 순우리말로 되어 있어 서민들의 속내를 담은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쉽고 재미있지만 깊은 교훈을 담은 날씨속담을 소개한다.
가게 기둥에 입춘 : 격에 맞지 않음
입춘에 한문으로 된 좋은 글귀를 기둥에 붙여 복을 비는 풍습을 입춘첩(立春帖)이라고 한다. 입춘첩은 잘 지은 집에 어울리는데, 보잘 것 없는 가겟집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써 붙이는 것은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 얼마 안 되는 허실이나 씀씀이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도 거듭되면 무시 못 할 것이 됨
가랑비는 이슬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를 뜻한다. 가늘게 내리는 비에는 아주 조금씩 젖어들기 때문에 여간해서 옷이 젖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지만 가랑비도 계속 맞다보면 옷이 흠뻑 젖는 것처럼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뜻하는 말이다.
가을바람의 새털 : 꿋꿋하지 못함
가을엔 바람이 많이 분다. 가벼운 새털이 가을바람에 맥없이 흩날린다는 뜻이다. 꿋꿋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구름이 지나가면 해를 본다 : 고생을 겪고 나면 즐거운 일이 있음
구름이 하늘을 가려 어둡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밝은 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움을 끝까지 참아내면 기쁨이 있다는 말로 인내의 미덕을 가리킨다.
서리 맞은 구렁이 : 세력을 부리던 사람이 세력이 없는 신세가 됨
기세등등하던 구렁이가 서리를 맞아 꼼짝도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모양에 비유한 말이다.
쪽박 쓰고 비 피하기 : 봉변을 당했을 때 어리석은 방법으로 피해보려 해도 결국 당하고 만다. 같은 의미의 말로 ‘쪽박 쓰고 벼락을 피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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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