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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2) 씨는 송년 모임 장소 예약 때문에 고민이다. 단골 호프집이 있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맥주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결국 개개인에게 의견을 묻기로 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좋겠다고 말한다. 좋다. 이번 송년회는 해물탕에 소주다.
계절·날씨 따라 잘 팔리는 술이 있다.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맥주보다 소주를 찾는 이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GS리테일이 날씨 및 기온변화에 따른 주류 판매 동향(지난해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소주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에 따라 최대 20%까지 매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눈 내리는 날 소주는 품귀 현상까지 일으킬 정도다. 포털사이트에 ‘눈 오는 날 소주’를 검색하면 “오늘 같이 눈 오는 날엔 곱창전골과 소주 한 잔…”, “눈 오는 날 보쌈에 소주 한 잔…”, “눈 오는 날은 순대국에 소주…” 등의 글 목록이 펼쳐진다. 반면 ‘눈 오는 날 맥주’ 글은 적다.
왜 이렇게 반응이 다를까. 시원한 얼음 잔에 마셔야 제격인 맥주는 대체로 더운 날 찾게 된다. ‘워렌 버핏이 날씨 시장으로 간 까닭은?(반기성 저, 플래닛미디어, 2011)’의 내용에 따르면 맥주의 매출은 기온이 22도를 넘으면 급격히 상승한다.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4%씩 판매량이 증가하고, 30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가 되면 0도일 때보다 무려 70% 가량 매출이 증가한다.
막걸리 매출도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라는 말은 하나의 관용 어구처럼 쓰인다. 2010년 막걸리 출고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막걸리 열풍에 폭우가 유난히 잦았던 날씨가 겹쳐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4일 ‘주류 섭취량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위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고위험 음주는 남성은 60g(소주 8잔), 여성은 40g(소주 5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다.
약간의 술은 혈액순환을 도와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식약청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술을 한 번에 많이 마시는 반면, 건강에 도움이 되거나 음주량을 줄이는 요령은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올 연말, 좋은 사람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낭만과 함께 알코올 섭취 적당량을 지켜 건강도 챙긴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송년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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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