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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전국에서 가장 추웠던 ‘남한의 중강진’은 어디일까. 엄청난 눈이 내리는 강원 산간 지역인 대관령 일대일까. 아니면, 추위하면 떠오르는 철원과 춘천 등 분지형태의 강원내륙지역일까. 강원지역이 아닌 영·호남·수도권 지역이라는 답변도 나올 수 있다.

 

정답은 2001년 1월 16일 영하 29.2도를 기록한 철원이다.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년도별 최저기온을 살펴봤다.

 

10년 동안의 조사 결과 최저 기온을 기록한 달은 12월에 2번, 1월에 6번, 2월에 2번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월 달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철원이 가장 추웠다.

 

철원은 2001년 1월 16일 영하 29.2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10년 중 가장 추웠던 날이기도 하다. 2002년 영하 24.4도, 2003년 24.6도로 그해 가장 추운 지역으로도 조사됐다.

철원은 2009년과 2010년에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2009년 영하 19.8도, 2010년 영하 26.8도로 10년 새 무려 5번이나 가장 추웠던 지역으로 나타났다.

 

철원의 날씨는 그야말로 살벌하다. 우리가 흔히 방송의 일기예보에서 접할 수 있는 ‘철원의 최저기온’이란 철원기상대 기온이다. 기상대가 있는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기온이다.

 

갈말읍에서도 기상대가 있는 군탄리보다는 북쪽의 정연리가 더 춥다. 그리고 신철원에 속하는 갈말읍보다 구철원으로 불리는 북쪽의 동송읍이나 민간인통제선 안쪽 ‘진짜 철원’(원철원)의 추위는 그 이상이다. 온도계가 깨지거나 온도 측정이 안 된다는 얘기는 거짓이 아니다.

 

철원기상대는 철원 기온 측정지점인 신철원보다 구철원이나 원철원이 더 춥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연리 등 철원 북쪽의 기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무인시설로 운영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다. 숨은 이유도 있다. 바로 철원 주민의 불만이다.

 

철원은 인구가 4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군 소재지다. 하지만 겨울철 일기예보 땐 맨 처음에 소개되거나 서울 바로 뒤에 나온다. 철원의 추위를 너무 도드라지게 소개하면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철원군민들의 생각이다.

 

냉기 빠져나가지 못하는 지형
철원의 혹독한 겨울 한파는 무엇보다 지형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철원의 대부분은 벼농사에 적합한 평야지대로 이뤄져 있다. 대신 해발고도가 200m 안팎의 분지다. 철원의 동쪽에는 화천~양구로 이어지는 높은 산악지형이 자리잡고 있다. 남쪽으로도 광덕산과 명덕산이 버티고 있다. 겨울철 드넓은 철원 분지로 북쪽의 시베리아 찬 공기가 스며들면 동쪽과 남쪽의 산에 가로막혀 빠져나갈 길이 없다.

 

위도로 봤을 때 강원도 철원과 화천, 양구 등 북쪽이 다른 지역보다 추운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철원은 주위의 산악지형 때문에 찬 공기가 한번 유입되면 빠져나가지 못한다. 밤사이 복사냉각이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사냉각이란 공기 순환에 의한 대기와 지표면의 냉각 현상을 가리킨다. 바람이 없고 날씨가 맑은 야간일수록 복사냉각이 활발해 다음날 아침 날씨가 더 추워진다.

 

철원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은 단연 대관령이다. 대관령은 2004년과 2006년, 2007년, 2008년 가장 추운 지역으로 기록됐다. 철원이 5번, 대관령이 4번으로 강원지역이 가장 추웠다.

 

대관령은 2004년 영하 24.3도를 기록했다. 또 2006년 영하 23.5도, 2007년 영하 20도, 2008년 영하 26.2도로 3년 연속 가장 추운 지역으로 관측됐다. 대관령의 해발고도는 832m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은 낮아진다. 대관령은 고도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서리와 얼음이 관측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겨울은 시베리아기단에 의한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분다. 대관령은 그 북서풍을 그대로 맞는다. 황병산, 선자령, 발왕산 등에 의해 둘러싸인 분지로 고위평탄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태백산맥과 겨울철 난류의 영향으로 영동지방은 대관령에 비해 비교적 따뜻하다. 영동지방은 태백산맥의 동쪽 급사면에 인접한 해안지역에 위치해 겨울철에는 북동기류의 영향으로 대설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끝으로 2005년은 12월 18일 전라북도 장수에서 영하 23.2도가 가장 추웠던 지역으로 나타났다. 그 해 12월 3일부터 24일까지 전·남북 지역은 대설 피해도 발생했다. 농작물 3,322ha와 축사 9,912동이 피해를 입었다. 가축폐사도 132만9000마리에 이를 정도였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