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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어업, 건설업 등을 비롯해 각종 산업 분야에 날씨가 영향을 미치면서 이를 활용한 기업경영이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기후가 심해지면서 시장 수요도 변했다. 원료 공급과 생산효율도 달라졌다. 산업계로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등장했다. 이미 변화 적응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 날씨예보다. 이같은 날씨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이 새로운 경영혁신의 첫걸음이 되고 있다. 날씨정보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한다. 재해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돈을 주고서라도 날씨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다.

 

올해 대한민국 기상정보대상을 받은 삼성에버랜드는 우리나라 최초로 날씨정보와 잔디관리 정보를 결합한 친환경 잔디관리 예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골프장의 농약 살포 횟수를 29.4% 줄였다.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골프장 수질을 개선하는 혁신에도 성공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훼미리마트 날씨정보 이용시스템’을 도입했다. 민간 날씨정보 제공업체 케이웨더로부터 일주일 분량의 기상 데이터를 받아 각 점포에 제공한다. 날씨경영은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재고관리가 수월해졌다. 기온에 따라 매출액 변동이 큰 상품들을 파악해 적정 재고 수준을 조절했다.
그 결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식품의 전체 매출을 33% 이상 끌어올렸다. 예측생산량과 실제 점포에서의 주문량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15%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날씨 정보에 민감한 산업 분야로는 어업을 꼽을 수 있다. 해수 상태에 민감한 특정 어종을 잡으려면 관련 정보가 필수적이다. 사조산업은 참치 어획에 꼭 필요한 표면온도와 수온약층에 대한 기상 정보를 해외 민간 기상회사에서 사들인다.
참치 떼가 이동하는 경로를 미리 알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정보다. 일반 소매업도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 건설업계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면 공사에 지장을 준다. 날이 더우면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현대건설은 민간 기상업체로부터 전국 각 지역에 대한 예보를 3시간 간격으로 받는다. 이들은 예보를 통해 공정관리를 효율적으로 한다. 2~3일 전 날씨정보를 파악해 비가 오기 전 콘크리트 타설을 끝내는 등 물적·시간적 피해를 최소화한다.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는 자신의 저서 ‘날씨경영’에서 “현대건설은 날씨경영으로 재해비용, 품질실패 비용 등을 줄여 연간 145억원을 남겼다”며 “이 중에서 재해비용 절감이 140억원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날씨경영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야외 레저산업도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크밸리는 기상이변 때문에 생기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상정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민간 예보사업체에서 제공한 기상정보를 자체적으로 분석한다.
분석결과는 고객 및 임직원에게 SMS로 제공한다. 오크밸리는 2004년 업계 최초로 기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간별·시간대별로 고객에게 제공해 이용 예약자의 취소 사례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오크밸리는 연간 700만원에 불과한 초단기 날씨 예보를 통해 매출이 50억원 상승했다.

 

올해 대한민국 기상정보 특별상을 받은 전라남도 보성군은 종합상황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재기상정보 활용을 통해 재해와 위험을 관리한다. 재난·재해 실시간 감시용 CCTV, 자동우량경보시설, 원격자동 강우량 측정장비 등을 활용한다. 그 결과 보성 녹차를 전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차로 육성해 냈다.

 

농작물의 생장은 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역할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맡고 있다. 전국 7만920개의 저수지와 양수장·방조제 등을 공사가 관리한다.
공사는 RAWRIS(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를 활용해 비가 언제 오는지, 얼마나 올지 등을 수시로 체크해 저수지 수위를 조절한다. 국내 수자원의 48%를 차지하는 농촌용수를 합리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며 배분하기 위해서다.
가뭄이 들 것을 날씨정보로 확인해 저수지 배수량을 단계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저수지를 관리하는 담당자의 경험에 따라 수위를 조절해 왔다.

 

RAWRIS는 2002년 구축됐다. 2005년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며 기능을 조금씩 추가해 현재에 이르렀다. 전국 7만여 개의 농업용 수리시설 중 핵심적인 1215개 저수지의 수위를 10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 강수량 정보도 기상청에서 주는 정보와 연동해 제공한다.

 

특히 최근 한국은 비가 올 때 한꺼번에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빗물 자원을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연간 강수량은 늘었지만 막상 사용할 물은 별로 없어진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모아 ‘자원’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빗물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빗물저장고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 IPCC의 ‘기후변화에 관한 제4차 보고서’는 “1906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0.74도, 해수면은 연평균 1.8mm 상승했다”며 “2090~2099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980~1989년 대비 최고 4도, 해수면은 최대 59c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40년 동안 국내 기온이 1.1~1.2도 오르면 쌀 수확량이 6.4% 감소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립농업과학원 심교문 연구원은 “지금 같은 기후 변화 속도라면 2050년 쌀 생산량이 최대 15%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PCC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면 국내 산업은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상변화에 민감한 농업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6% 정도지만, 기후변화로 경작지가 변화하고 재배 적합지가 북상하면 농업생산율이 이전보다 떨어진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생산량과 수출량은 더 크게 감소한다. 먹거리 시장에 미칠 파장도 더 커질 것이다. 국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신(新)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기후변화로 향후 수십억 명이 물 부족과 식량 부족, 건강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영영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익숙한 기후는 이미 변화하는 중이다. 산업계 역시 기후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잡고 준비해야만 살아남는 시대에 직면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