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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지진과 홍수, 폭우 등으로 전세계가 들썩였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은 6.4도 올랐다. 강수량은 20% 늘었다. 기상청 역시 21세기말 국내 연 강수량은 현재보다 1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직접적인 사망에도 이를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장애를 입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상기후 때문에 심·뇌혈관 질환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의학연구소의 ‘심정지 발생과 대기 온도의 관련성’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도씩 감소할수록 갑자기 심장 활동이 정지하는 환자는 0.8% 증가한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증가하고 여름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기온이 10도 이하일 경우 심정지 환자 발생 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망자는 13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 증가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통계청은 기상이변이 사망자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뇌졸중 발병률을 높이는 겨울한파가 장기간 계속됐다. 이 때문에 상반기 사망자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감염병도 기후변화와 연관있다. 을지의과대학교 임지선 교수는 ‘수인성 식품매개성 감염병 발생과 기후변화의 연관성’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감염병으로 장출혈성대장균과 비브리오패혈증을 꼽았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경우 서울과 광주, 경기지역의 0세에서 5세의 유아가 취약한 것으로 파악돼 집중감시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전세계적으로 3억명 이상의 환자가 앓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2002년 552만명이었던 국내 환자 수는 5년 만에 713만명으로 30% 늘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꽃가루 분포지역이 넓어지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의 개체수도 증가했다. 개화시기는 빨라져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어졌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의 능력을 키웠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꽃가루 수가 비례하기 때문에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0만명 당 2.86명이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OECD국가 중 1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자연재해 노출지수 역시 1위다. 그러나 노출지수가 비슷한 일본에 비하면 사망률은 약 5배에 가깝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재해는 홍수다. 기상재해 유형별 사망자 중 47.2%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홍수는 단기적으로 익사, 상해, 저체온증 등의 영향을 준다. 이후에는 각종 부작용이나 정신적 쇼크, 만성질환에 영향을 주며 장기적으로는 장애로 남을 수 있다. 그 뒤로 태풍과 폭풍, 한파, 낙뢰가 각각 유형별 사망자수 순위를 이었다.

아주대학교 장재연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도별 사망자 수는 해가 갈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가 62%로 가장 높다. 그 뒤를 1990년대, 1980년대, 1970년대, 1960년대가 각각 21%, 14%, 2%, 1%로 뒤를 이었다.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기상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대책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아주대학교 장재연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 건강영향 종합학술포럼에서 정부 차원의 감시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현재 소방방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망자보고시스템은 단순히 기상재해 기간 중의 사망자만 파악하고 있다”며 “때문에 의학적 사망원인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상재해로 인한 질환 악화로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체계와 정보수집 체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정신적 피해 등과 같은 장기적 건강영향 피해 규모 파악과 분석이 불가능하다.

또 장 교수는 기상재해 이후의 전반적 인명피해의 실체조차도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인 보건대책의 실행과 예방, 적응정책 수립 등을 통해 기상재해 보건행정의 개선을 촉구했다.

유럽의 경우 건강영향 감시체계와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도 기상재해 사망자와 질환자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감시체계 이외에도 기상재해 보건수요조사와 응급의료시스템, 재해 이후의 정신건강관리 프로그램, 국민행동 지침 등 종합적인 건강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비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