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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도전인 스포츠는 날씨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계를 뛰어 넘어야 진정한 승리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스포츠.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큼 중요한 외부적 요소가 있다. 바로 날씨다. 특히 실외경기는 날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7월초 롯데의 외국인 투수 사도스키는 두산과의 경기에서 7이닝을 1실점(4피안타)으로 막고 승리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날 그가 던진 공 95개 중 직구는 하나도 없었다.
슬라이더(35개)와 싱커(33개), 커브(18개), 체인지업(7개)만 던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습도가 높고 간간히 비가 내리는 7월초의 날씨는 직구 보다는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날씨를 잘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는다.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 할 수 있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해까지 ‘폭염 축제’를 열렸을 정도다. 삼성야구단은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하다. 올 시즌에도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자 무서운 상승세로 선두로 올라섰다. 삼성의 성적은 해마다 7~8월이면 어김없이 정점에 오른다. 무더운 대구날씨에 적응된 삼성의 날씨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말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는 대회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도 총출동했다. 그렇다면 대구의 날씨는 기록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대회가 벌어지는 첫날부터 폐막일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하지만 큰 일교차를 보이며 오후엔 쌀쌀한 날씨를 보였다.
무더위는 어떤 경기에 도움을 줄까? 단거리의 경우 무더우면 공기 밀도가 낮아 저항이 줄면서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된다. 투창 및 원반던지기는 무더위가 유리한 종목이다. 공기밀도가 낮아 비거리가 늘어난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기구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신바예바가 출전한 높이뛰기는 어떨까? 높이뛰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가 중력이다. 그녀가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취히리보다 대구가 저위도에 위치해 있기에 조금 유리하다. 세계기록 5.06m를 뛰어오른 이신바예바는 대구에서는 산술적으로 5.064m까지 가능했다.
이번 대회는 기록이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기록이 안 나온 이유로 날씨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로드 레이스 경기가 있던 오전의 흐리고 다습한 날씨와 트랙 결선이 진행된 오후의 선선한 날씨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대구 날씨가 로드 레이스에는 너무 습도가 높고 트랙경기에는 쌀쌀해 근육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기록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라톤은 높은 기온이 ‘쥐약’이다.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네 번의 세계최고기록은 모두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워졌다. 베를린 마라톤은 코스가 평탄해 세계기록의 산실로 통한다. 지난달 열린 경기에선 섭씨 12도 안팎의 선선하고 맑은 날씨가 지속돼 마카우의 최고기록 레이스를 도왔다.
마카우는 이날 100m를 평균 17초58에 뛰는 속도로 42.195㎞를 주파했다. 특히 마지막 2㎞는 5분50초, 100m 평균으로는 17.50초라는 놀라운 스피드로 끊었다.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 페이스와 비교하면 시간으로는 3분42초, 거리로는 1,227m 앞선 셈이다.
골프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 중 하나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면 선수들은 몸도 움츠러들고 자연히 공도 덜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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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