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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 해기차(=바다와 공기의 온도차)에 의해 눈이 내린다.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
꽁꽁 싸매도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칼바람에 눈물이 핑 돈다. 최근 전국 곳곳에 혹한이 몰아치고 눈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겨울철엔 폭설과 한파 소식이 비일비재하며 춥고 건조한 것이 우리나라 겨울 날씨다.
그래서일까. 요즘 날씨리포트에서는 대륙고기압이 단골손님이다. “오늘은 확장하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서해안지방에는 많은 눈이 오겠습니다”,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한파는 당분간 계속되겠습니다” 라는 방송 멘트가 자주 흘러나온다. 이처럼 ‘대륙고기압’은 겨울날씨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대륙고기압은 평균 해면기압이 1030hPa(헥토파스칼) 이상으로 중국 대륙 또는 시베리아 부근에서 발달해 찬 기단의 성질을 지닌다. 보통 발원지의 명칭을 따서 ‘시베리아 고기압’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개 11월 말에서 3월 초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차가운 북서풍을 통해 추위를 몰고 온다.
발원지인 시베리아 내륙지방은 적은 일사량과 복사 냉각으로 지표면이 쉽게 차가워진다. 대개 지표 부근의 기온이 -35℃를 밑돌면서 지표면으로부터 1~2㎞ 상공에 위치한 공기도 함께 차가워진다. 여기에 남쪽의 티베트 고원 등이 벽 역할을 해 거대한 공기덩어리가 만들어지며 이때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덩어리는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정체성 또한 매우 크다.
한편 과거 나폴레옹은 이 고기압 때문에 러시아 정벌에 실패했다. 1812년 여름 나폴레옹은 60만명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에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다 해서 겨울 추위를 ‘동장군’이라 부른 것은 여기에 연유한다. 동장군은 1941년 말 독일 히틀러의 소련 침공 때도 그 위력을 톡톡히 과시했다. -30℃의 혹한 대비를 미처 하지 못했던 독일군은 고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고기압에 따라 바뀌는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 크게 3가지로 나눠 알아본다.
▣ 대륙고기압이 확장하고 있을 때
이 시기엔 춥고 매서운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 서해상의 파고가 높아져 풍랑특보가 자주 발표된다. 또한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바다와 공기의 온도차)에 의해 눈이 내리며 특히 서해안 지역에서는 폭설이 잦다.
서해안 대설의 경우 주로 해기차에 의해 발생된다. 이때 강설 조건은 850헥토파스칼(1500m 상공)일기도와 해수면 온도를 가지고 해기차를 파악한다. 850헥토파스칼(hPa) 상공과 해수면의 온도차가 20℃ 이상 돼야 해기차로 인해 대류운이 잘 발달해 다소 강한 눈이나 비를 예상할 수 있다. 대류운은 비교적 대기가 불안정할 시기에 발생하는 덩어리 모양의 구름으로 적운, 적란운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대륙고기압이 확장하고 해기차가 생긴다고 해서 서해안지방만 무조건 폭설이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때 바람의 역할이 중요한데 풍향에 따라 폭설 지역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충남 천안지역에 5㎝ 이상의 눈이 내려 쌓였을지라도 인접한 타 도시는 눈발이 날리지도 않는 경우가 발생되기도 한다. 한차례 눈이 그치고 나면 또다시 추위가 찾아온다.
▣ 상공에 대륙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을 때
하늘은 맑지만 춥고 건조하다. 밤에는 복사냉각이 강해 기온은 크게 떨어지며, 대륙고기압의 영향이 강해지면서 한파가 지속된다.
▣ 대륙고기압의 중심이 화중지방일 때
이 경우는 대개 ‘변질된 대륙고기압’이라고 불린다. 대기는 지표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발원지에서 떠나오면 그 성질이 변한다. 대륙고기압이 시베리아에서 화중지방으로 확장한 다음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때 처음에는 시베리아의 찬 성질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다소 오르기도 한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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