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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봄을 기다린다.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 날씨가 마음을 위축시켜놨기 때문일까. 따스한 햇살아래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봄처녀 바람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보다. 일조량이 많아지는 봄철엔 ‘세로토닌’이라는 호로몬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이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기온이 오르면서 움츠러들었던 근육들이 꿈틀대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매한가지다. 왠지 모를 풋풋함과 설렘 가득 찬 이맘때면 생각나는 영화들을 한데 모아봤다.

 

 

 

“겨울을 녹인 그 남자의 희망 교향악이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순간, 당신이 웃던 날 우리 마음에 기적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래가 불안정한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가 강원도 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것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암시한다. 인생이 언제나 겨울일 것만 같이 느껴졌던 현우와 교향악단 연주자를 꿈꾸던 연희. 그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아픔을 느끼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과 대회를 준비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사랑을 따뜻한 봄기운으로 승화시킨 게 바로 이 영화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기억에 남을 만큼 멋진 대사가 있었던 영화, ‘봄날은 간다’. 봄처럼 다가온 그녀였지만 계절이 변하듯 그녀의 사랑도 변했다. 영화는 두 남녀의 만남, 설렘, 사랑 그리고 이별을 담고 있다. 멜로 영화의 귀재라고 불리는 허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오랫동안 만났던 연인과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강릉까지 가는 장면은 열렬히 사랑했던 이들에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벚꽃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 등등 영화는 내내 봄을 말하고 있다.

 

 

 

벚꽃이 피는 4월은 ‘봄의 클라이막스’와도 같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만개한 벚꽃을 지날 때면 황홀한 느낌마저 든다. 연애 감성의 대부인 이와이 슌지 감독이 ‘러브레터’에 이어 만든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영화가 바로 ‘4월 이야기’다. 봄하면 떠오르는 영화로 널리 꼽힌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상은 대부분 아련함을 담고 있다. 영화 ‘4월 이야기’는 만개한 벚꽃 속에서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수줍음을 그려낸 작품이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첫사랑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설렘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통해 소녀만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를 보고 나면 ‘벚꽃은 4월에 내리는 눈’이라는 말에도 공감하게 된다. 대학 새내기 소녀의 설렘 가득한 풋풋한 짝사랑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담아낸 장면들이 일품이다.

 

열일곱 동갑내기 소녀들의 삼각로맨스를 달콤하게 그려낸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봄이라 그런지 더욱 풋풋하게 느껴진다. 수채화 같이 잔잔한 느낌마저 든다. 짝사랑하는 선배를 기억상실증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들이대는 귀여운 하나와 그 사기극에 동참한 친구 앨리스의 모습이 알콩달콩하다. 특히 앨리스 역을 맡은 아오이 유우의 순백 미모에 많은 한국 남성팬들이 빠져버렸다. 영화 ‘러브레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다.

 

 

 

허니(벌)는 클로버(꽃)에서 달콜한 꿀을 얻고 꽃씨를 뿌려 꽃밭을 만든다.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생적 관계로 허니와 클로버는 분명 봄을 만드는 전령사다. 이렇듯 제목부터 봄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캠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술이란 소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상과 청춘남녀의 이야기로 보는 이의 감성을 풋풋하게 자극한다. 봄날의 따뜻한 기운을 더욱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일본에 ‘4월 이야기’와 ‘하나와 앨리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건축학개론’이 있다(?). 작년 봄 첫사랑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온 국민을 ‘첫사랑 신드롬’에 빠지게 만들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살랑거리는 봄, 풋풋한 봄내음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라고나 할까. 조금 새침한 듯 청순미 넘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모든 남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사랑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