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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 솜 같은 눈이 내리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푸근해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내리는 눈은 산성이라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비염 환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은 길가 먼지와 뒤엉켜 공기 중에서 유해물질을 형성해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 우산을 쓰듯 눈 내릴 때도 우산을 쓰는 게 좋다.

 

 

기상청은 10여 년 전부터 산성눈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눈 또한 날로 심해지는 대기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산성눈 역시 산성비처럼 수소이온농도(pH)가 5.6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산성눈 속에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유해물질이 섞여 있다. 눈에서 이런 물질의 비중은 30%에 달한다. 이들 유해물질이 호흡기를 자극하는 만큼 비염환자라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의 정용승 소장은 “전국 6개 관측소에서 대기를 분석 조사한 결과 1992년부터 국내에 산성비가 관측됐고, 2001년 국내에서 발생하는 강수의 80~90%가 산성 물질을 포함한 산성비와 산성눈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학적으로만 보면 산성비보다 산성눈이 더 위험하다.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려서 오염물질이 함께 씻겨 내리지만, 겨울철에는 비가 자주 내리지 않아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공기 중의 산성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이라도 내리면 정체돼 있던 가스나, 염 등의 성분이 함께 섞여서 내린다.

 

눈 자체의 특성도 오염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눈이 떨어지는 속도는 비보다 느리고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도 길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섞일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또 눈의 표면은 울퉁불퉁해서 흡습성(공기 속의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 지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길가 먼지들과 뒤엉켜 증발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부유물질(오·폐수 중에 함유된 것으로 입자 지름 2mm미만의 물에 용해되지 않는 물질)을 형성해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기 쉽다. 비염환자들에게 더욱 좋지 않은 이유다.

 

 

눈이 내린 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제설작업에 쓰이는 염화칼슘이나 모래도 호흡기를 자극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제설제가 미세먼지와 섞여 호흡기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가면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키고 호흡기 점막에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염화칼슘은 수분과 만나 반응하면 온도가 높아져 눈을 녹인다. 하지만 토양이나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거나 건축물 부식 등의 용도로 쓰이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에 약한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산성눈에 대비하는 기본 방법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마스크는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차이도 줄여 준다. 따뜻한 곳에서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나오면 호흡기가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코가 외부 공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겨울철 실내 환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눈이 그친 뒤 이틀정도는 환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눈 오는 날에는 눈과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의 질이 평소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눈이 그친 뒤라도 제설작업을 감안하면 외부 공기는 되도록 유입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이런 날을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보다 가습기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손을 씻고 코 속을 세척하는 것이 좋다.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면 호흡기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염수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희석시켜 증상을 완화시키고 섬모운동을 촉진한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