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리는 춥고 맑은 늦가을 새벽,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갈 때 자주 발생한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냉각돼 땅이나 주변 물체에 접촉하면서 얼어붙은 매우 작은 얼음 결정이 서리다. 이슬점(공기가 포화되는 순간의 온도·dew point)이 0℃ 이하일 때 생성된다.

 

서리의 결정 형태는 눈의 결정 형태와 같다. 서리의 결정 크기는 시간, 온도, 공급되는 수증기의 양에 따라 정해진다. 경우에 따라 시설물과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농작물 잎의 세포 조직이 동결에 의해 손상될 경우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서리는 흔히 지형 등의 영향으로 인해 계곡과 같은 좁은 지역에 한정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계곡 같은 지형에서는 밤에 찬 공기가 계곡 아래로 흘러들어가 고이면서 서리가 발생되기 쉽다. 특히 가을철에 이런 지형에서는 수확 전 농작물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서리는 맑고 바람이 없으며 밤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 내리기 쉽다. 맑고 춥더라도 바람이 강하면 수증기를 쓸어가기 때문에 서리는 생기지 않는다. 서리가 만들어질 때 수증기 1g당 약 680칼로리의 열이 방출된다. 서리가 내릴 때는 지표면의 온도가 천천히 내려가지만 그 열도 곧 대기로 방출돼 없어진다. 반대로 이미 내린 서리는 해가 떠오르면 녹기 시작하는데 이때도 역시 1g당 약 680칼로리의 열을 흡수한다.

 

따라서 서리가 있을 때는 지표면이 따뜻해지는 정도가 늦어지고 기온 상승도 늦어진다. 서리가 녹으면서 지표 부근의 기온 상승이 늦어져도 구름이 없기 때문에 일사(日射·태양에서 복사되어 지구로 들어오는 열에너지)가 많아져 낮 기온이 오른다. 결국 서리 내린 날의 한낮 날씨가 따뜻한 것은 서리 때문이 아니라 서리를 내리게 한 기상 조건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유리창에 성에(window frost)가 낀다. 성에도 서리의 한 종류다. 유리창을 경계로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실내의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만나 대류하면서 유리표면에 여러 가지 형태의 성에가 발생한다. 창 안팎의 온도 차가 클수록 잘 발달한다. 이때 성에의 모양은 유리창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유리면의 긁힘이나 변형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성에가 만들어지게 된다.

 

한편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약한 서리를 ‘무서리’라고 하며,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된서리’라고 부른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