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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가사다.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끔씩 구름 한 점 없이 텅 비고 넓다는 느낌이 든다. 가을철이 되면 유독 파란 하늘이 자주 드러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여기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 바로 빛의 산란 현상이다.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산란 현상’과 깊은 연관
산란이란 태양 빛이 공기 중의 산소, 먼지 등과 같은 작은 입자들과 부딪쳐 사방으로 재방출되는 현상이다. 산란을 설명하기에 앞서 빛의 파장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 파장대에서 빛을 흡수한다. 흡수되고 남은 빛들이 반사나 산란을 통해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사람이 볼 수 있는 파장대는 380~780nm이다. 이것이 바로 ‘가시광선’이며 통상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이라 부르고 있다. 즉 가시광선 중 물체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온 색이 그 물체의 색이 되는 것이다. 빨간 사과의 경우, 다른 색은 다 흡수하고 빨간색만 흡수하지 못해 반사되는 셈이다. 만약 모든 가시광선이 다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면 하얀색, 모두 흡수돼 우리 눈에 가시광선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경우 검은색으로 보인다.
가시광선의 파장대보다 더 길거나 짧은 경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파장이 더 긴 경우 붉은색 계열을 나타내기 때문에 ‘적외선’이라 부른다. 파장이 짧은 경우 보라색 계열을 나타내므로 ‘자외선’이라 부른다. 여기서 파장이 짧다는 것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가 많다는 얘기다. 결국 빨간색보다 파란색 계열이 더 많은 진동수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면 빨간색보다 파란색 계열이 더 바쁘게 움직인다. 움직이는 횟수가 많을수록 태양 빛이 지구 대기를 지나갈 때 방해를 많이 받게 돼 빛의 산란이 잘 일어난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왜 하늘은 보라색이 아니라 파란색인 걸까?
파란색보다 보라색의 파장이 더 짧다. 그렇다면 보라색 하늘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가시광선 중 하나인 보라색은 파란색보다 그것이 가진 에너지가 매우 적다. 따라서 보라색 부분의 빛은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기 전에 에너지를 소진해버려 우리 눈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가을엔 대기 중 먼지 적고 건조해 ‘레일리 산란’ 비중 높아진다
빛이 어떤 물질에 부딪히면 산란이 일어난다. 이때 산란되는 물질의 크기에 따라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과 미 산란(Mie scattering)으로 나뉜다. 레일리 산란은 공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 등 산란되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빛의 파장보다도 작을 때 일어나는 산란을 의미한다. 이 경우 태양 빛의 전 파장에서 균일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파장이 짧은 쪽에 치우쳐 잘 나타난다. 한편 미 산란은 모든 파장이 거의 균일하게 산란된다.
따라서 태양 빛이 공기 분자 때문에 레일리 산란이 발생하게 되면 파란색 계열의 빛이 빨간색 계열보다 더 많이 산란되면서 우리 눈에는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맑은 날 파란 하늘에 숨겨진 원리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을철에 양쯔강 기단의 영향을 받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든다. 고기압에서는 하강 기류가 일어나 대기 중의 먼지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무렵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단은 건조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적다. 이때는 수증기나 얼음 등의 입자에 의해 일어나는 미 산란은 덜 발생되고 상대적으로 레일리 산란의 비중이 커진다. 때문에 가을 하늘은 더욱 높고 파랗게 보인다.
반면, 미 산란은 입자의 크기가 빛의 파장과 비슷할 때 일어난다. 이 경우에는 여러 가지 빛의 파장이 균등하게 포함돼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대기 중에서 미 산란을 일으키는 것으로는 먼지와 같은 에어로솔(aerosol)과 빗방울 등이 있다. 미 산란은 파장에 관계없이 모든 빛이 산란되기 때문에 가시광선 빛이 모두 합쳐진 흰색 계열의 색이 나타나게 된다. 뿌연 하늘이나 구름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들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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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