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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지나고 나면 흰 구름이 길게 나타난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바닥을 맨처음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과 비슷하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 그 뒤에 생기는 이것, 과연 무엇일까. 그 정체는 바로‘ 비행운’이다.
비행운은 항공기 뒤에 짧은 거리를 두고 만들어진다. 비행운 역시 다른 구름들처럼 주변 공기가 포화되면서 발생한다.
대개 비행기는 고도 9km이상을 비행하는데 그 주변 기온은 -50℃ 이하에 달한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포화수증기압이 매우 낮은 상태다. 여기서 포화수증기압이란 공기가 어떤 온도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을 말하며 온도가 낮을수록 포화수증기압은 낮다. 일반적인 비행고도 이상에서는 수증기가 조금이라도 존재하면 금방 포화가 돼버리기 때문에 구름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항공기 엔진에서는 단순히 열만 방출하는 것은 아니다. 대량의 배기가스와 수증기도 함께 내뿜어 진다. 비행기에서 방출된 수증기는 저온의 대기에서는 쉽게 포화상태에 도달한다. 여기서 수증기와 함께 나온 배기가스(특히 황산염 입자)들이 응결핵(凝結核)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응결이 보다 쉽게 일어난다.
이렇듯 비행기가 지나게 되면 주변 기온이 워낙 낮은 상공에서는 비행기 엔진에서 방출하는 수증기로 인해 대기가 포화상태에 도달하고 이때 함께 나오는 배기가스가 응결현상을 도우면서 비행기 이동경로에 따라 비행운이 생긴다.
한편 비행운은 대개 금방 증발되고 사라진다. 주변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섞이기 때문이다. 간혹 비행운이 잘 없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는 상층의 공기가 거의 포화된 상태임을 추정할 수 있다. 포화엔 도달했지만 응결까진 되지 않은 대기에서는 비행운이 비교적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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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