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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반도엔 어김없이 기상이변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아직 무더위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극심한 폭염으로 가뭄이 지속되다가도 동남아의 전유물인 스콜을 떠올리게 할 만한 집중 폭우가 쏟아졌다. 상황이 빈번하다 보니 이젠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 전역이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는가 하면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망고가 재배되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고등어 등의 어획량도 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1981∼2010년 국내 10개 지점의 계절 지속기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겨울의 평균 기간은 1980년대에 비해 적게는 3.9일에서 많게는 14일이나 짧아졌다.

 

특히 광주의 경우 지난 1980년대 평균 90.9일에 이르던 겨울 기간이 2000년대 들어 평균 76.9일에 그쳐 14일 짧아졌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107.4일에서 99.3일로 겨울이 8.1일 단축됐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 일 평균기온이 20℃, 일 최고기온은 25℃를 넘는 여름은 최대 10일 이상 길어졌다.

 

더운 지역의 대명사인 대구는 1980년대에 여름이 116.1일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평균 124.4일로 그 길이가 넉 달을 넘어섰다. 서울도 111일에서 118.8일로 일주일 이상 여름이 길어졌다.

 

이는 단순히 계절의 변화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농·어업 지도를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산지에서 재배하던 과일 등의 작황이 줄어들고 국내 바다에서 보기 힘들었던 어종이 잡히기도 한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해의 경우 연안 표층 수온이 최근 30년간 1.04℃, 서해는 0.97℃ 올랐다.

 

이 같은 수온 상승은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동안 제주도 연안에서만 간헐적으로 관찰되던 열대어인 두동가리돔과 해포리고기가 수온상승의 영향으로 부산 연안에서도 연이어 출현하고 있다.

 

두동가리돔은 서·중부 태평양과 인도양,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해포리고기도 남아프리카, 홍해, 필리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국내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남태평양에서 많이 어획되는 참치 역시 우리 바다에서 출몰하고 있다.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는 제주와 포항 등지에서 잡히고 있다.

 

또한 대표적 한류성 어류인 대구와 기름가자미의 분포가 제주도 인근까지 내려온 반면, 난류성인 제주도 옥돔은 경남 거제도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등 물고기 지도도 바뀌고 있다.

 

회귀성 난류어종인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80~90% 이상이 잡혔으나 해수 온도가 바뀌면서 주 생산지가 서해안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편 바다 피서객을 위협하는 독성 해파리들은 수온 상승으로 인천 앞바다까지 올라왔다. 백령도 소청도 등 먼 바다는 물론 연안과 가까운 장봉도 해역에서도 독성 해파리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에 나선 어민들이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발견했다. 수산과학원이 민관 합동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인천의 경우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율이 27.3%로 조사됐다.

 

앞서 수산과학원은 7월 12일 전남 신안군 대흑산도 인근 바다에서 100m²당 해파리가 지난해보다 400배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또 전남 진도 해역에서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고흥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가 발견돼 이 일대에 해파리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농작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온이 오르면서 전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한라봉이나 망고, 파파야 등이 재배되는가 하면, 보성 특산품 녹차는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비닐하우스 배’처럼 농법이 달라지기도 하고 온난화를 피해 고지로 올라가는 과수원도 생겨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잦은 호우 등이 발생하면서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강한 품종을 찾는 농가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과 산지로 유명한 곳은 경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경북 사과 과수원은 2010년 1만 9543㏊에서 2011년 1만9470㏊, 올해는 1만 8000㏊대로 줄었다. 반면 전북 장수 고지대 등이 새로운 사과 산지로 뜨고 있다. 강원도 양구·화천·철원 등에도 사과밭이 생겨나고 있다.

 

또 제주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한라봉은 전북 김제, 전남 나주·보성·고흥 등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해 발간한 ‘한반도 기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남한은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국토 대부분이 아열대성 기후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2017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중장기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아열대작물 도입에 따른 적정성 검토 ▶유망 아열대 작물 생산 및 재배기술 체계 확립 ▶주산 단지를 육성해 농가의 소득화 기반 구축 등의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라 농업 지도가 바뀌고는 있지만 작물에 따라서는 재배 지역이 넓어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강원 지역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