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더 Inside > 웨더 Inside > ‘폭염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올 여름 기상

지난달 17일 7호 태풍 ‘카눈’이 다가오면서 한반도 허리에 걸쳐있던 장마전선이 북상하자 장맛비도 모습을 감췄다. 올 장마는 평년보다 일찍 끝났다. 중부지방의 경우 평년대비 13일이나 짧은 19일만에 장마가 사라졌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지난달 7호 태풍이 지나간 후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후 폭염과 열대야가 한반도를 점령했다.

7월 하순에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아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폭염특보가 내려진 곳이 많았다. 밤에도 기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자주 나타났다. 올해는 유난히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소형급인 10호 태풍 담레이가 제주도 부근을 지나가면서 한반도에 동풍계열의 바람을 불게 했다. 태백산맥에서 넘어온 바람이 푄 현상을 보였다. 원래는 고온 건조한 특성을 보이던 푄 현상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습한 성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온도를 올려주는 역할만 했다. 이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 또한 높아져 연일 ‘가마솥 더위’를 연출했다.

기상청이 최근 내놓은 ‘올 7월 기상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올 7월 하순의 전국일평균기온은 27.6℃로 4위를 차지했다. 폭염일수는 5.6일로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열대야일수는 2.9일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또한 7월 한 달간 평균기온은 25.5℃로서 평년(24.5℃)보다 1℃ 높았다. 강수량은 287.4mm로 평년(289.7mm) 대비 99% 수준이었고, 강수일수는 13.9일로 평년(14.4일)보다 0.5일 적었다.

올 여름 키워드…폭염특보 & 열사병 예방지수

기상청은 2008년 폭염특보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당초 '일 최고기온과 일 최고열지수 충족시'로 돼 있던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발령 기준이 올해는 '일 최고기온만 충족시'로 변경됐다.

폭염특보 발령 기준 변경은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등으로 여름철 무더위가 심해지면서 최근 수 년 동안 주어진 기준을 뛰어넘는 더위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될 때 내려진다.

한편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가 국내 처음으로 올 여름부터 국민들에게 서비스한 ‘열사병 예방지수(WBGT)’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폭염 예측정보는 케이웨더 예보센터의 자체 수치예보모델(K-NWP)과 독자적 기상예보(기온·습도·풍속·일사량 등)를 실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열적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수인 WBGT에 대입해 생산한 것이다. 폭염이 심했던 올 여름, 기상청이 발령하는 폭염특보와 함께 케이웨더의 열사병 예방지수가 국민들의 건강돌보미로 큰 역할을 했다.

열사병 예방지수(WBGT)는 안전·주의·경계·위험·매우위험 등 5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별 열사병 예방정보와 그에 따른 운동지침 및 대응요령을 제시해준다.

한편 7일 기상청 폭염특보 상황을 살펴보면 동해안과 산간지방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옅은 색은 폭염주의보를, 진한 색은 폭염경보를 나타낸다.

같은 날 케이웨더가 내놓은 열사병 예방지수는 서울·수원·대전·청주·전주 등에서 ‘매우위험’ 단계를, 그 밖의 대부분 지방에서는 ‘위험’ 단계를 나타냈다.

극심한 더위가 계속되면서 올해 바꾼 폭염특보 기준마저 무색케 한 날이 많았다. 또다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발령 기준을 수정하거나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올 여름 ‘가마솥 더위’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혹서

올해는 1994년 이후 18년 만에 폭염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날씨로 인해 이를 표현하는데도 새로운 단어들이 나타났다. ‘붙볕더위’, ‘찜통더위’, ‘폭염’은 물론 ‘가마솥 더위’ ‘불한증막 더위’ 등 극한 표현의 용어들이 모두 동원되다시피 했다.

2010년 어느 날 손석희씨가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김동완 전 통보관이 나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날씨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 절대로 강한 어휘를 쓰지 않는다. 날씨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인데 국민들에게 강한 어휘로 전달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했다는 것. 당시에는 ‘폭염’이니 ‘가마솥 더위’ 같은 과격한 언어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6일 아침 방송에서 손석희씨는 “김동완 전 통보관이 ‘가마솥 더위’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가마솥 더위’라는 표현을 써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주 후반부터 기온 내림세…주말 전국 비소식

지긋지긋한 더위는 언제쯤이면 주춤해질까. 가장 강력했던 폭염이 꺾이고 주 후반부터는 기온이 점차 내림세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8일(수)부터 35℃를 웃돌던 서울의 낮 기온이 조금씩 내려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간예보에 따르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9일(목)에는 33℃, 10일(금)에는 31℃가 예상된다. 이번 주말(11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려 낮 최고기온도 30℃안팎에 머물면서 폭염은 누그러질 전망이다.

▲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 예상 진로도 (2012.8.7 오전 10시 기상청 발표)

한편, 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36m/s)'는 7일(화) 오전 10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에서 시속 10km의 느린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8일(수) 오후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한 뒤 이틀 이상 육상에 머물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11일(토) 전후로 11호 태풍으로부터 변질된 저기압 또는 약화된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오겠고, 중부지방은 구름많은 가운데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중국에 상륙한 태풍의 진로와 강도에 따라 비가 오는 시기와 양이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보여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가 주목된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