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3 17:35:14

"산림 건강성 위해선 기후변화 ‘적응’ 우선돼야"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 “소나무 등 상록침엽수,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소나무다. 산림의 60%를 차지했던 예전의 명성만 못하지만 산림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30년 연속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뽑히는 등 소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종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2090년에는 함경도와 강원도 두메산골 말고는 한반도에서 소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림 식생대는 크게 제주도 저지대와 남해안 일대의 ‘난대림 지역’, 육지의 대부분인 ‘온대림 지역’, 높은 산지의 ‘아한대림 지역’으로 나뉜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이 다른 계절에 비해 빠르게 상승될 것으로 예상돼 난대림 지역의 확장, 온대림·아한대림 지역 축소 등의 변화는 불가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숲의 변화를 관찰해온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센터장 임종환 박사를 만나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산림 아열대화 현황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 인터뷰 중인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센터장 임종환 박사
 
 
Q. 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하는 일은 무엇인가
 
“기후변화가 산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산악기상망 구축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설립초기에는 기후변화협상이나 어떻게 하면 산림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했는데 금년도부터 그 기능을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산악기상으로 초점을 바꿨다”
 
Q. 기후변화가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부터 연구해왔나
 
“기후변화는 장기적인 문제인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연구가 없었다. 그래서 96년부터 생태계에서 우선 광릉, 개왕산 등을 우선 연구지로 만들고 거기에서 이파리가 언제피고 언제 지는지, 생태계 안에서 종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그 안에서 탄소흡수는 어떻게 되는지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다. 그게 효시가 돼서 2000년대 초반에 환경부 소속 산림청에서 연구를 하게 됐다. 그렇게 산림과학원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에 대한 연구를 별도 부서가 아닌 각 연구부서에서 해오다 2009년 기후변화 연구센터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Q.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많은 경우는 현장에 가서 조사구를 만든다. 매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있고, 실내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핸들링 모델링 하는 것도 있다. 온실 같은 것을 만들어서 실험도 하고. 여러 가지로 접근하고 있다.
 
실험 대상지는 기본적으로는 전국인데 어떤 연구냐에 따라 다 다르다. 실험은 생산기술연구소에서 하고 있고, 현장연구는 높은 산의 변화를 주로 관찰하지만 침엽수, 예를 들어 소나무 피해의 경우 저지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임산물 등은 다른 연구기관들이 있어서 연계해서 한다”
 
Q. 오랜 기간 산림 생태계를 지켜본 당사자로써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장기생태연구를 시작하면서 기후변화에 실증적인 변화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잎이 피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홍릉수목원의 과거자료와 최근자료를 비교했을 때, 꽃이 피는 시기가 약 5~7일 빨라졌다.
 
나비종(種)의 변화도 예로 들 수 있다. 광릉 인근을 조사해보니 60~70년대에 비해 남반계 계통 나비류들은 증가하고 북반계 계통은 감소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특히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런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 초지성 나비가 줄어들고 산림성 나비가 늘어나는 등 식생에 의해서도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직접적으로 숲이 쇠퇴하는 양상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라산에서 구상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2003년부터 조사했는데 처음에는 기후변화 때문인지 몰랐다. 나무가 고사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한라산 구상나무를 여러 해 연구하다보니 기온상승이 나무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겨울철과 봄철의 기온 상승이 그렇다. 나무는 토양에 수분공급이 안될 때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구상나무의 경우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기 때문에 광합성 등 생리적인 대사활동을 해야 되고 그러려면 물이 필요하다. 이때 수분 공급이 안 될 경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죽게 되는데 한라산 구상나무가 이 경우다. 이런 매커니즘을 여러 가지 생리실험, 장기적 모니터링, 고지대 기상측적장치 설비 등을 통해 최초로 밝혀냈다“
 
Q. 한반도의 대표수종 소나무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데
 
“2009년 아주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남부지방에서 소나무, 잣나무 등 100만 그루의 소나무류가 죽은 것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가뭄이 계속됐었다. 2008년 가을부터 2009년 봄까지. 강원도는 가뭄재해지역 선포를 요청할 정도였다. 2~4월 기온도 예년보다 높았는데, 2월 평균기온은 2~3℃ 가량 높았다.
 
소나무는 원래 건조에 강한 식물이다. 그 이유를 뿌리에서 공생하는 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근균(根菌)들은 소나무에 수분을 공급, 소나무는 양분을 공급해주는 일종의 공생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2009년 전까지 많은 학자들이 소나무는 표현형유연성(phenotypic plasticity)이 있다고 봤다. 예를 들면 생육기간이 길어지면 가지가 한 번 나올게 두 번나오는 등 적응력이 빠르니 기후변화에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균들과의 공생 시스템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가 상승하자 나무는 몸체를 유지해야 되는데 토양 수분이 부족하니 기공을 닫게 되고 결국 광합성을 못하게 된다. 즉 탄수화물을 만들지 못하면서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부족해져 굶어죽게 된 것이다.
 
 
 
▲ 2009년 당시 피해 사진 (사진=임종환 박사 '기후변화 관련 산림분야 최근 동향' 발표 자료)
 
미래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보면 겨울철 기온과 봄철 기온이 여름철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다. 그런데 강수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강수량을 분석해봤을 때 겨울철과 봄철은 강수량이 증가하지 않거나 약간 감소추세를 보였다. 그래서 이러한 봄, 가을철 고온과 가뭄이 겹치면 활엽수보다도 상록침엽수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나무가 고사하는 이러한 현상들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특히 남쪽은 북쪽보다 더 따뜻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 잦을 것이다”
 
Q. 모델링을 통해 산림형태 변화를 어느 정도까지 예측했나
 
“광릉을 대상으로 자연적인 발달과정으로 본 100년 후 숲을 현재라고 가정하고, 미래에 100년간 한반도 기온이 2℃ 상승할 때 어떻게 숲이 변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잣나무, 신갈 등 추운 쪽을 선호하는 수종들은 줄어들고, 따뜻한 쪽을 좋아하는 졸참, 개서어 등의 수종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뮬레이션 가정을 2℃ 상승으로 제한한 이유는 4℃ 상승으로 가정하면 숲이 너무 드라마틱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민에게 지나치게 겁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하게 그렇게 되리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워 2℃로 정했다”
 
Q. 기후변화에 관한 기후변화연구센터의 앞으로 계획은
 
“과거에는 기후변화 협상이라든지 완화 쪽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이제는 적응이 중요하다. 완화기능도 숲이 기후변화에 적응·생장해 어느 정도 유지돼야만 가능하다. 산림은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백년이상이 한 세대로 관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 기상 변동, 악기상 등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된다. 병해충 등에 대해서 숲이 얼마나 내성을 갖게 해주느냐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숲 종류의 다양성, 구조적 다양성 등을 통해 기후변화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후변화 완화도 적응에 밑바탕을 두고 해 나아가야 한다. 현재 있는 숲을 가능한 건강하게 유지하고, 미래의 숲 조성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으로 대처하는 등 산림의 건강성 유지를 기본으로 해야 탄소흡수기능도 발휘되고, 생물다양성도 보존된다고 생각한다. 또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지난 9월 15일 기상청이 주관한 ‘한반도 아열대화 전망 포럼’에서 기후대를 어떻게 구분할거냐는 질의가 있었는데 당시 기후대 구분을 목적에 따라 정의하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떤 표준 보다는 산림청은 산림 나름대로 기후대를, 농업 분야는 농업기후대로 정해 가능하면 식생과 매칭되는 기후대로 활용성 높였으면 좋겠다.
 
기후는 불확실성이 크다.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매년 기상도 변동성이 워낙 크다.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굉장한 두려움인데,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되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익숙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 온케이웨더 최유리 기자
 
▣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센터장/임업연구관
 
학력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임학과 학사 1986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산림자원학과 석사 1988년, 박사 1998년
 
경력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 산림생태과 임업연구사 1992-2006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보전부 산림생태연구과 임업연구관 2007-2015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장 2015. 7. - 현재
 

최유리 온케이웨더 기자 YRmeteo@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