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2 10:59:35

[김철수PD의 날씨살롱] 노을 속의 복병(伏兵), 화산재

 
지난 8월말을 전후해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화산 폭발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에서는 화산분출이 일어나면서 근처 상공 1만 8000피트까지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적색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또 호주 북쪽의 파푸아뉴기니 타부르부르산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나 연기와 화산재(火山災)가 인근 상공을 뒤덮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대피했고 이 지역을 지나는 항공기들은 항로(航路)를 급히 변경했다.

 ▲ 아이슬란드 바우르다르붕가 화산 상공 (사진, 승객 트위터중에서 2014년 9월 4일)
 
활화산이 130여개가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6월초 누사텡가라주 상이앙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3km 상공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가까운 호주 다윈(Darwin) 공항까지 화산재로 인해 항공기 이륙이 중단됐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화산 분출이 잦아지면서 지진(地震) 공포와 함께 화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화산 폭발을 전후해 분출되는 화산재는 부근 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약 700개의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10여개가 매년 화산재 구름을 만들어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준다. 화산 폭발전의 징후(徵候)로 나타나는 화산재 구름은 비행 시 운항고도를 높게 만들어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많은 양의 화산재 입자가 비행기 터빈(Turbine) 장치에 달라붙어서 터빈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1982년 6월 24일, 런던 발(發) 오클랜드 행(行) 항공기(B-747)는 인도네시아 상공을 지나다 화산재구름을 만나 4개의 엔진 모두가 멈췄다. 290여명의 탑승객을 태운 이 항공기는 다행히 자카르타 공항에 불시착을 앞두고 3개의 엔진이 되살아나 무사히 비상착륙할 수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화산재가 있을 경우 항로를 폐쇄하는 규정을 만들게 됐다. 이후 화산재 연구가 활발해졌는데 지금까지 실험결과 항공기 운항 시에 가장 위험을 주는 것은 작은 입자를 가진 화산재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세입자는 쉽게 높은 고도로 상승할 수 있고 화산의 분화(噴火) 중심부로부터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ICAO의 규정에 따르면 분화가 예상되거나 화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화산활동을 즉시 관련기관과 기상감시소에 통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최악의 화산재 분출은 2010년 4월, 전 세계 항공편의 약 30%가 결항되고 800만 여명 여행객들의 발을 묶었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 화산 폭발이다. 일주일 넘게 이어진 화산 분출로 천문학적인 피해와 함께 지금까지 유럽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공항폐쇄를 초래하는 항공대란을 가져왔다.

 ▲ 자카르타 공항 비상 착륙한 B-747 <사진 출처 = 에어라이너 홈페이지>
 
한편 항공로의 복병(伏兵)으로 위협이 되는 화산재가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불타는 듯한 붉은 노을이다. 노르웨이의 화가인 에드바르드 뭉크의 대표작인 ‘절규’(1883년작)는 그림의 핏빛 배경 하늘이 화산재라는 분석이다. 뭉크가 1883년 말부터 1884년 초 사이 항구도시인 오슬로(Oslo)에서 거리를 산책하다 붉게 물든 하늘을 실제로 보았을 것이라는 추측인데, 그 해 8월 인도네시아의 화산섬 크라카토아(Krakatoa)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지구를 돌아 그 무렵 북유럽까지 도달했다는 결론이다.

 ▲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 <사진 출처 =Wikipedia>
 
2008년 8월, 서유럽에도 뭉크가 살았던 때처럼 화산재가 만든 노을의 장관이 펼쳐졌다. 미국 알래스카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뿜어낸 화산재가 성층권(成層圈)으로 올라가서 서풍(西風· 제트기류)을 타고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상공에 환상적인 노을을 연출했다. 미세먼지인 화산재가 해질 무렵의 태양광선을 살짝 가리면서 엄청나게 붉고 펄럭이는 그림 같은 노을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노을 현상은 며칠씩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항공기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비용과 공항 대기 시간은 늘어난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