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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오른쪽’이 더 위험하다
24일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40km 부근 해상에 위치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17km/h의 속도로 북북동진중이다. 중심기압은 955hPa, 최대풍속 41m/s, 강풍반경 450km로 강도는 ‘강’에 해당한다. 볼라벤은 오는 27일 오전 서귀포 부근 해상까지 북상하면서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27일과 28일 예상 강수량이 제주·남부지방 100~200mm, 중부지방 50~100mm, 강원도 영동과 울릉도 및 독도 10~50mm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볼라벤의 위력을 두고 2003년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이었던 54m/s의 태풍 ‘매미’보다는 약하지만 2002년 41m/s였던 ‘루사’보다는 바람이 강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450km에 달하는 강풍반경이 한반도 대부분을 뒤덮는데다가 우리나라가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편서풍·태풍 자체 바람 합쳐진 오른쪽이 더 위험 위험반원(dangerous semicircle, 危險半圓)이란 태풍의 바람과 기압계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더 강한 바람이 부는 위험구역을 말한다. 정확히는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이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태풍은 주변 대기 흐름을 따라 북상한다. 저위도 무역풍대에서 발생한 태풍의 경로는 서북서~북서진하고, 중·고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은 상층의 편서풍을 타고 북동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도 5°~25° 사이의 아열대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은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편서풍대에 접어들면서 북동쪽, 오른쪽으로 꺾어 이동한다. 이때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위험반원)은 태풍을 움직이게 하는 주변 바람, 즉 편서풍과 반시계 방향인 태풍 자체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풍속이 더욱 커진다. 이에 비해 태풍 왼쪽은 태풍을 움직이는 주변 기압계와 태풍 자체의 바람 방향이 서로 반대다.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은 부딪혀 상쇄되면서 상대적으로 풍속이 약해진다. 때문에 더 위험한 태풍의 오른쪽을 두고 ‘위험반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2003년 ‘매미’·2010년 ‘곤파스’의 위험반원 위력은? 태풍의 오른쪽이 위험반원이기 때문에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은 인천,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10년 9월 2일 오전 6시 35분, 이른 아침부터 중부지방을 초토화시킨 태풍 ‘곤파스’도 서해상으로 북상한 태풍이었다. 태풍 ‘곤파스’의 위험반원은 서해안과 수도권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중부지방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컸다. 최대풍속 40m/s에 이르는 강풍으로 당시 크게 파손됐던 인천 문학경기장의 지붕막은 2년이 지난 올해에야 복구가 완료됐다. 당시 최대풍속은 인천 송도 34.4m/s, 수원 30.5m/s, 서울 중랑구 29.5m/s 등이었다. 수도권에서 30m/s 이상의 순간풍속이 관측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은 엄청난 것이다. 사망, 실종 등 인명피해만 5명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1725억원에 달했다. 충남 태안과 서산, 홍성, 보령 일대에서는 벼 재배면적 5만ha 중 약 30%인 1만6000ha의 벼에서 백수(강한 바람으로 벼에 있는 물기가 증발해 이삭이 여물지 않는 상태)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생한 태풍 ‘무이파’ 역시 서해안으로 상륙해 위험반원 지역에 피해를 입힌 태풍이다. 소형으로 발생한 무이파는 4일 만에 중심 기압 930hPa, 최대 풍속 50m/s, 강풍 반경 580km로 대형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최대순간풍속은 홍도 46.4m/s, 흑산도 42.4m/s, 지귀도 40.7m/s, 진도 38.8m/s에 달했다. 8월 8일 오후 6시에 신의주 남남동쪽 부근에서 육상으로 상륙하면서 우리나라도 위험반원에 놓였다. 태풍 무이파 때문에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36만 가구가 정전됐고, 건물 200여채가 파손됐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만 15곳, 도로는 30여곳이 끊겼다. 선박도 70여척이 파손되거나 전복돼 큰 재산피해를 냈다. 서해안 뿐만 아니라 남해안으로 상륙한 태풍도 오른쪽에 놓인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한 매미가 그 예다. 태풍 매미는 남해안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은 950hPa를 기록했다. 기상관측 이래 중심부 최저기압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태풍 매미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놓인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경남 통영에서는 건조중인 선박들이 강한 바람 탓에 고정 와이어가 끊어져 조선소를 떠나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부산항에서는 화물 선적용 크레인의 25% 가량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인명피해만 130명, 재산피해는 4조7810억여원에 이르렀다. 이때의 악몽 탓에 ‘매미’라는 이름은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퇴출됐다. 그때와 같은 피해가 다시 없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

태풍, ‘오른쪽’이 더 위험하다

24일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40km 부근 해상에 위치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17km/h의 속도로 북북동진중이다. 중심기압은 955hPa, 최대풍속 41m/s, 강풍반경 450km로 강도는 ‘강’에 해당한다.

볼라벤은 오는 27일 오전 서귀포 부근 해상까지 북상하면서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27일과 28일 예상 강수량이 제주·남부지방 100~200mm, 중부지방 50~100mm, 강원도 영동과 울릉도 및 독도 10~50mm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볼라벤의 위력을 두고 2003년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이었던 54m/s의 태풍 ‘매미’보다는 약하지만 2002년 41m/s였던 ‘루사’보다는 바람이 강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450km에 달하는 강풍반경이 한반도 대부분을 뒤덮는데다가 우리나라가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편서풍·태풍 자체 바람 합쳐진 오른쪽이 더 위험

위험반원(dangerous semicircle, 危險半圓)이란 태풍의 바람과 기압계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더 강한 바람이 부는 위험구역을 말한다. 정확히는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이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태풍은 주변 대기 흐름을 따라 북상한다. 저위도 무역풍대에서 발생한 태풍의 경로는 서북서~북서진하고, 중·고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은 상층의 편서풍을 타고 북동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도 5°~25° 사이의 아열대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은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편서풍대에 접어들면서 북동쪽, 오른쪽으로 꺾어 이동한다.

이때 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위험반원)은 태풍을 움직이게 하는 주변 바람, 즉 편서풍과 반시계 방향인 태풍 자체의 바람이 합쳐지면서 풍속이 더욱 커진다.

이에 비해 태풍 왼쪽은 태풍을 움직이는 주변 기압계와 태풍 자체의 바람 방향이 서로 반대다.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은 부딪혀 상쇄되면서 상대적으로 풍속이 약해진다. 때문에 더 위험한 태풍의 오른쪽을 두고 ‘위험반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2003년 ‘매미’·2010년 ‘곤파스’의 위험반원 위력은?

태풍의 오른쪽이 위험반원이기 때문에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은 인천,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10년 9월 2일 오전 6시 35분, 이른 아침부터 중부지방을 초토화시킨 태풍 ‘곤파스’도 서해상으로 북상한 태풍이었다.

태풍 ‘곤파스’의 위험반원은 서해안과 수도권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중부지방을 강타하면서 피해가 컸다. 최대풍속 40m/s에 이르는 강풍으로 당시 크게 파손됐던 인천 문학경기장의 지붕막은 2년이 지난 올해에야 복구가 완료됐다.

당시 최대풍속은 인천 송도 34.4m/s, 수원 30.5m/s, 서울 중랑구 29.5m/s 등이었다. 수도권에서 30m/s 이상의 순간풍속이 관측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은 엄청난 것이다.

사망, 실종 등 인명피해만 5명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1725억원에 달했다. 충남 태안과 서산, 홍성, 보령 일대에서는 벼 재배면적 5만ha 중 약 30%인 1만6000ha의 벼에서 백수(강한 바람으로 벼에 있는 물기가 증발해 이삭이 여물지 않는 상태)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생한 태풍 ‘무이파’ 역시 서해안으로 상륙해 위험반원 지역에 피해를 입힌 태풍이다. 소형으로 발생한 무이파는 4일 만에 중심 기압 930hPa, 최대 풍속 50m/s, 강풍 반경 580km로 대형의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최대순간풍속은 홍도 46.4m/s, 흑산도 42.4m/s, 지귀도 40.7m/s, 진도 38.8m/s에 달했다. 8월 8일 오후 6시에 신의주 남남동쪽 부근에서 육상으로 상륙하면서 우리나라도 위험반원에 놓였다.

태풍 무이파 때문에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36만 가구가 정전됐고, 건물 200여채가 파손됐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만 15곳, 도로는 30여곳이 끊겼다. 선박도 70여척이 파손되거나 전복돼 큰 재산피해를 냈다.

서해안 뿐만 아니라 남해안으로 상륙한 태풍도 오른쪽에 놓인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한 매미가 그 예다.

태풍 매미는 남해안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은 950hPa를 기록했다. 기상관측 이래 중심부 최저기압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태풍 매미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놓인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다. 경남 통영에서는 건조중인 선박들이 강한 바람 탓에 고정 와이어가 끊어져 조선소를 떠나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부산항에서는 화물 선적용 크레인의 25% 가량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인명피해만 130명, 재산피해는 4조7810억여원에 이르렀다.

이때의 악몽 탓에 ‘매미’라는 이름은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퇴출됐다. 그때와 같은 피해가 다시 없길 바라는 의도에서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