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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재해

‘백두산 폭발’ 이 다가온다

멀지 않은 미래 북서계절풍이 부는 가을, 북위 42도, 동경 128.03도에 위치한 높이 2744m의 백두산 화산 분화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화산 분화 전조 활동이 급증해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던 차였다. 굉음과 함께 화산재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용암이 사면을 따라 흘렀다. 중국과 한반도,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중국·북한 직접 영향…용암·화산재 피해

백두산 내부 규장질 마그마방에는 엄청난 양의 용존 고압가스가 존재한다. 마그마와 함께 고압가스가 지표로 상승하면서 일시에 대폭발을 일으켰다. 백두산 꼭대기의 면적 9.82㎢, 깊이 213~384m의 칼데라 호수 천지 20억톤 물이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지하 마그마와 만나면서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 초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용암은 중국 쪽으로 55km나 흘렀다. 면적은 3천888㎢에 달한다. 북서방향으로 중국의 용암대지를 따라 확산됐다. 1천~1천150도에 달하는 용암이 지나가는 길목의 모든 가연성 물질은 불에 탔다. 백두산 사면에 발달한 화도로 흐른 액체 용암은 시간당 1~3m의 속도로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차가운 천지의 물과 만난 뜨거운 마그마는 부피가 팽창했다. 그 여파로 쓰나미가 발생했다. 물이 천지 주위를 둘러싼 외륜산을 부쉈고 장백폭포 쪽으로 흘러넘쳤다. 이 때문에 중국의 쑹화강 상류지역에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는 부서진 암석과 화산재와 섞여 마치 회반죽처럼 주변지역을 매몰시켰다. 라하르(lahar)라고 불리는 이 암설류 탓에 주변 마을의 전기와 도로가 마비됐고 토양이 침식됐다.

북한 양강도와 함경도 지역에는 순식간에 화산재가 수m씩 쌓였다. 화산재로 인한 호흡기, 안구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증가했다. 화산 분화와 함께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에 산성비가 내렸다.

화산재는 북서계절풍을 타고 북한쪽으로 날아갔다. 9시간 후 울릉도 인근까지 도달했다. 24시간 후에는 일본 열도를 통과했다. 화산재는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북한 지역에 퇴적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마스크로 호흡기를 보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건물과 같은 구조물은 화산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됐다. 두께 1cm의 화산재는 140㎡의 지붕에서 약 2.5톤 이상의 무게를 가한다.

지하 10, 20, 28, 32km 지점에 네 개의 마그마방에서 용암이 끊임없이 분출됐다. 동시에 얕은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한국, 항공대란 등 간접피해 더 커

남한에는 중국이나 북한 등 백두산 주변 국가처럼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다. 그러나 강하화산재로 항공노선이 마비됐다. 즉각적으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수출의 약 25%가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어서다. 10일 정도 항공대란으로 운송이 중단된다면 약 25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쉽게 운항을 재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입자가 점토처럼 고운 화산재는 비행기의 엔진을 코팅하듯 작용해 연소정지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정됐던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원화가치가 하락했고 금융시장은 화산 분화로 인한 충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악화 등 손해가 발생했다.

화산재 중 크기가 아주 미세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물질은 에어러졸 상태로 성층권을 배회했다. 태양복사를 차단해 일시적으로 한랭화를 초래해 주변 지역에서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관측됐다. 1991년 6월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분화의 경우 대기 중에 퍼진 화산재 에어러졸이 무역풍을 타고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을 덮어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을 0.5도 하강시켰다.

화산재 에어러졸은 태양복사를 약 10% 정도 차단한다. 백두산 화산폭발로 전 지구적 기온 하강으로 농작물 생산이 저하돼 식량난이 예고됐다. 직접 농작물을 덮어 고사한 사례도 있지만 화산 분화 당시 함께 나온 화산재의 황, 염소, 불소 등이 산성비를 유발해 식물을 말려 죽였다. 전세계 곡물 작황이 악화되면서 식량수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백두산, 분화 가능성 있는 위험한 화산”

백두산 화산 폭발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제지질학회를 통해 전문가들은 백두산을 잠재적 분화 가능성을 가진 매우 위험한 화산으로 분류했다. 2002년부터 눈에 띄게 화산 전조현상이 급증했다. 백두산 천지 지하 2~5km 아래 지점에서 지진 발생이 증가했다. 규모2 전후의 지진은 2003년에만 월 250회에 달했다. 월 최대 270회까지 발생했다.

천지 주변 외륜산 일부에서는 암반 붕괴 및 균열이 발생했다. 암석 틈새를 따라 화산가스가 분출해 주변 나무가 고사하는가하면 천지 주변 지형이 연간 45~50mm씩 이동이 활발했다. 천지 지하의 10~12km 지점에서는 규장질 마그마방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천지 온천의 수온도 상승했다. 온천에서 발생한 화산가스 중 헬륨과 수소의 함량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2005년 GPS관측 때 천지 칼데라 호수 주변 지형이 10cm 이상 팽창한 것을 확인했다. 일본 역시 인공위성을 통해 백두산 천지 칼데라 일원이 팽창한 것을 감지했다.

또 백두산 일대의 지표면 온도가 급증했다. 인공위성 관측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하의 열원인 마그마가 지표면에 접근한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도 2006년 위성 관측을 통해 백두산으로부터 열이 분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국가비상사태성과 관련 연구소에 지속적인 백두산 감시를 지시했다.

역사 속 백두산 분화…1천년전, 폭발지수 7.4 추정

백두산은 이미 10세기인 서기 946~947년에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분화 사건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사 세가(世家) 권지2는 고려 정종원년, 즉 946년 ‘하늘에서 고동소리가 들려 죄인들을 사면했다’라고 전한다.

당시 역사서에 따르면 화산재는 대기 상층으로 약 25km 솟구쳤다. 편서풍과 제트기류를 타고 함경도를 지나 일본과 태평양으로 비산했다. 일본으로 날아간 1천년 전의 부산물은 현재 ‘B-Tm ash’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화산폭발지수 7.4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큰 화산활동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함경도 부령과 경성 지역에 연기와 안개 같은 기운이 서북쪽에서 갑자기 밀려오면서 천지가 캄캄해지고 비릿한 노린내가 사람들 옷에 스며들었다. 몹시 무더운 기운은 큰 화로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처럼 산지사방에 떨어졌다. 그 높이가 한 치 가량 됐다. 화산재가 비처럼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 역사서에도 명동(鳴動)사건과 강하화산재가 기록돼있다. 또 1403년과 1668년, 1702년에는 백두산 소규모 화산분화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다.

공식적인 세계 최대 화산분화 사건은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의 탐보라 화산이다. 1815년 5월 분화한 탐보라 화산의 화산폭발지수는 7.1로 7만1천명~9만2천명이 화산 재해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이들 중 1만1천명~1만2천명은 직접적인 화산폭발 피해로 숨을 거뒀다. 발굴 당시 화산재가 3m 이상 덮혀 충격을 줬다. 분화 다음해인 1816년 북반구의 유럽과 북미대륙에는 ‘여름은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는 1천년 전의 백두산 분화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