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책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이뤄진다.
이번 판결은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책임 유무를 처음으로 대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근로정신대와 관련해 최초로 나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기도 하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선고한다.
같은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서 양금덕(87)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도 선고된다. 이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에 대한 첫 확정판결이다.
박씨 유족 등이 낸 소송은 지난 2013년 9월4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약 5년2개월 만에 선고가 내려진다. 박씨 등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겪은 피해자들로 일본 법원에 미쓰비시에 대한 손해배상과 미지급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던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5월1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씨 등 사건 1심은 2007년 2월2일 "박씨 등의 손해배상 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도 2009년 2월3일 기존의 일본 판결을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5월24일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 등의 미쓰비시에 대한 청구권은 박정희 정권 시절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원고 1명당 위자료 각 8000만원씩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씨 등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이른바 근로정신대 소송은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2015년 7월30일 이후 약 3년4개월 만에 결론이 난다. 이는 근로정신대와 관련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양씨 등은 제국주의 일본의 노동력 조달 정책 기조 아래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고 한다.
양씨 등 역시 일본에서 패소했으며, 이후 2012년 10월24일 광주지법에서 국내 소송을 시작했다. 근로정신대 사건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 양씨 등 원고들이 8000만~1억50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2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미쓰비시가 양씨 등 피해자들에게 줘야할 금액을 1억208만~1억2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사건 관련 전원합의체 판단이 있은 뒤 오래지 않아 나오는 대법원 소부선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일제강점기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의 강제징용 사건 상고심에서 피해자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쓰비시 강제징용 사건 등의 경우에도 강제노역의 형태가 신일철주금 사건과 유사한 편이며, 사건 쟁점 또한 청구권의 존재여부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이를 두고 두 판결 역시 앞선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일례로 근로정신대 소송은 당초 지난 9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지만 심리를 거쳐 다시 소부에서 선고하기로 결정됐다. 이 또한 관련 소송이 신일철주금 사건과 비슷한 방향으로 결론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64)씨의 재심사건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이는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1979년 10월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비상계엄 당시 포고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이다.
김씨는 1979년 10월20일 부산 중구에서 당시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하러 서울에서 내려온 당시 손학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운동 간사(현재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처음 김씨에게는 군사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1981년 2월10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후 김씨는 2016년 5월19일 재심을 청구, 이 사건의 원심인 부산고법은 같은 해 9월8일 앞선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오전 10시10분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씨에 대한 선고를 진행한다. 그는 지난해 9월30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수면제를 먹은 딸의 친구 A양을 성추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잠든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투여해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부인 송모(49)씨와 내연남 황모(48)씨의 상고심 선고를 진행한다. 송씨와 황씨는 2016년 4월 경기 남양주에 있는 집에서 송씨의 남편 A씨가 잠든 사이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각각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심동준 [s.won@newsis.com]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라이프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