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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준수(34)씨는 최근 들어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었다. 김 씨는 “올 여름 한번도 모기에 물린 적이 없는데 이번주 들어 처음으로 물렸다. 예전 같으면 저녁이면 찬바람도 불고 모기도 슬슬 사라질 시기인데 오히려 기승을 부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역대급 폭염이 고개를 숙이자 더위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모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위 탓에 모기 성장속도가 빨라져 오히려 예년보다 발생숫자가 더 늘었다.
3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32주(8월5일~11일) 기준 전국 10개 지점에서 채집된 전체 모기 수는 평균 1386개체로 평년 923개체 대비 463개체(50.2%) 늘어났다.
전년 763개체 대비로도 81.7%(623개체) 급증한 수치다. 당초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모기수 역시 급감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전체 모기수는 28주(7월8일~14일)까지만해도 평균 971개체에 그치면서 평년 1392개체 대비 30.2% 감소했다. 하지만 29주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4주 연속 증가세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모기는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면 하면(夏眠), 즉 여름잠에 들어간다. 그동안 밤낮없이 폭염이 지속되면서 여름잠에 들어갔던 모기가 최근 들어 아침과 저녁 기온이 선선해질 기미를 보이면서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태풍 솔릭이 지나가면서 내린 비로 가물었던 지역에 새로 모기 산란지가 만들어진 점도 최근 들어 모기가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기록적인 폭염에 더해 여름가뭄까지 겹치면서 모기 산란지인 물웅덩이가 말라붙어 모기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여름잠에 들어갔던 모기들이 최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져 활동할 수 있는 기온이 되니 다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일부 지역에서 비소식이 이어지면서 산란처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모기는 당분간 평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기온이 높을수록 성장속도가 빨라지는 모기의 특성에 더해 그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던 모기가 뒤늦게 번식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 교수는 “모기는 봄가을보다 더운 여름에 빨리 성충이 되고 산란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그동안 너무 가물어서 번식을 하지 못했던 모기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번식을 시작,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역시 “모기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온도가 26도인데 최근 아침과 저녁 기온이 그 정도 수준”이라면서 “올해는 그동안보다 좀 늦은 9월에 모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체 모기수와는 별개로 일본뇌염 매개모기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뇌염 매개모기가 주로 서식하는 논이 가뭄으로 말라붙으면서 서식지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32주 기준 일본뇌염 매개모기는 평균 45개체로 평년 대비 54.5%(54개체), 전년 65개체 대비 30.8%(20개체) 감소했다.
안혜신 [ahnh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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