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일출의 흰 빛줄기를 품는 바위섬. 검푸른 바다 한 가운데서 뜨거운 아침 해를 품고 그 기운으로 대한민국을 밝히는 태산(泰山).
이름만 들어도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독도를 찾았다. 서기 512년부터 거친 풍랑을 이겨내며 오랜 세월 우리나라의 역사와 혼을 품고 태극기와 함께 당당히 동해 한가운데 서 있었다.
한국해양재단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장애우 50여명과 함께 독도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2009년부터 매년 펼치는 '독도 탐방 사업'의 일환으로 1차부터 8차까지 진행되며 이번이 7차다.
독도 탐방 사업은 기초수급대상자 자녀 등 사회적 배려 계층 청소년과 국가유공자 가족, 다문화 가족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해양 영토와 해양 주권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현장 체험학습의 장이자 국민 화합의 장이다.
7차에 참석한 장애우들은 가족 단위로 온 2팀과 사회복지사와 함께 복지재단에서 온 단체 팀으로 구성됐다. 거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우들 보다는 중학생 또래의 지적 장애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역시 학교에서만 역사로 배우고 듣던 독도를 직접 경험하고 밟기를 원했다.
하지만 독도는 역시나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동해 묵호항에서 3시간 10분이나 걸려 울릉도에 도착했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코앞에서 독도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독도는 바람과 너울성 파도가 워낙 강해 1년 365일 동안 독도에 근처에 갈 수 있는 날은 120일 정도고 실제 배가 닿아 발을 내딛을 수 있는 날은 60일도 채 안 된다. 입도(入島)에 실패하면 독도 주변을 한바퀴 돌고 다시 울릉도로 돌아가야 한다.
이날 역시 일본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의 흐름이 심상치 않아 독도에 들어가는 배 자체가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학생들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태풍이 불기 직전 고요함이 찾아오면서 기회가 생길 것일까. 다행히도 오후 3시 배를 타고 독도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배로 1시간 50분쯤 달리자 저 멀리 거대한 산봉우리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발 98m의 여성스러운 모습의 동도와 해발 168m의 남성적이고 명랑한 모습의 서도가 약 150m의 간격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우리를 품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씨는 쾌청했지만 여전히 바람은 약하지 않아 배를 정박하긴 쉽지 않았다. 그나마 바람의 방향이 좋아 섬이 바람을 막아줘 입도 할 수 있었다.
선착장에서 내리자 웅장한 모습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18만7554㎡의 조그마한 바위섬이지만 방문객들에게는 중국에 있는 태산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이번 독도 탐방에 참여한 한 장애우 가족은 "이처럼 독도가 입도에 까다로운 것은 그만큼 침략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하늘이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는 독도의 땅을 직접 밟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동도의 남서쪽과 서도의 남동쪽 암벽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를 가지고 고개를 돌리자 숫돌바위와 촛대바위, 미역바위 등도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흑갈색 또는 암갈색의 현무암으로 구성된 두 섬은 일본의 영유권 야욕에도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87.4㎞나 떨어져있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바위섬이 동해 한가운데 외롭게 떠 있지만 그 주위에는 89개의 바위와 암초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매일 수백명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뱃길로 3~7시간이나 걸려 무인도나 다를 바 없는 이 곳을 찾아 독도를 반긴다. 독도경비대원들도 온통 검은색 차림의 전투복을 입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독도를 굳건히 수호하고 있어 외로울 틈이 없었다.
460만년 전 검푸른 동해 바다 위에서 솟아올라 오랜 시간 대한민국의 동해를 지켜냈듯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으로부터 이 독도를 지키고 있다.
이 날 독도를 방문한 장애우들도 푸르른 가을하늘과 투명한 동해 바다 위에 있는 아름다운 바위섬, 독도를 바라보며 다시금 독도의 의미와 애국심에 대해 되새기는 자리를 가졌다.
독도를 방문한 한 장애우 학생은 "학교에서 역사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매우 행복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민기 [kmk@newsis.com]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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