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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대홍수에 이어 미국 북동부지역에 때이른 한파와 폭설이 쏟아지는 등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대규모 해수면의 온도 변화를 기상이변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해수면의 이상 변화가 반복적으로 기상재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최근 미국 북동부 지역은 눈폭탄으로 정전은 물론 도로와 공항이 폐쇄됐다. 이번 폭설이 피해가 컸던 이유는 나뭇잎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가을에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뉴욕시의 경우 적설량은 7㎝가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10월에 내린 눈으로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869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 뉴욕에 1인치 이상 눈이 내린 기록은 19세기 이후 전무하다.

 

미국의 가을 폭설은 대서양의 서쪽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이상 발달하며 남하한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와 만나 강한 눈구름을 형성했고 이 눈구름이 미국 북동부 지역으로 유입됐다.

 

올해 들어 미국에 이어지고 있는 사나운 기후는 대류권 상류를 순환하던 제트기류가 지표와 해수면 가까이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제트기류가 하강하는 것을 억제해온 동태평양의 기후 요소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동태평양의 기후 요소’란 해수면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라니냐(La Niña·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해류 현상)와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El Niño·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를 가리킨다. 이 두 현상은 2~7년을 주기로 번갈아 발생하면서 동태평양 일대 기후를 통제해 왔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폭풍예보센터 러셀 슈나이더 팀장은 “라니냐와 엘니뇨는 태평양의 수온을 통제해 북반구 일대 대기의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라니냐와 엘니뇨 때문에 해상에서 발생하는 대형 폭풍은 제트기류가 미 대륙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장치였다”고 말했다.

 

태국의 수도 방콕을 물에 잠기게 한 3개월 동안의 이상 폭우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대홍수는 태평양 동쪽 해상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때문이었다. 반대로 태평양 서쪽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열대 저압부와 태풍이 발달했다.

 

이로 인해 지난 7월부터 10월 사이 무려 5개의 태풍이 동남아 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연평균 강수량의 2배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다. 50년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태국 수도 방콕은 침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홍수피해가 잇따랐다. 아랍 알자지라방송은 지난 28일 이탈리아에서도 집중호우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졌으며 제노바 일대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집중호우로 북부지역의 차량과 주택, 다리, 도로가 침수됐으며 주요 고속도로와 리구리아 철도가 유실됐다.

 

알자지라는 이어 아프리카 북부지역의 알제리에도 53mm의 비가 내렸고 유럽에 비해 적은 양이기는 하나 시설이 미비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있으며, 햇빛에 증발되는 것에 의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이상고온 현상과 폭우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 국한됐던 고기압 기류가 지중해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빈도가 증가하는 것보다는 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에도 올 겨울 혹한과 폭설이 예고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