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남성보다 여성이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를 영국의 여성환경네트워크(WEN)는 보고서 ‘젠더와 기후변화 의제’를 통해 여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성환경네트워크는 통계자료를 통해 기후변화에 여성들의 책임은 남성들보다 작지만 더 큰 피해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의 의사결정에서도 충분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열대폭풍우 등 기상재해로 사망하는 여성의 수는 약 1만명이다. 반면 남성은 4,500명으로 여성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고향을 등지는 기후난민의 80%도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 팀장은 “한국사회에서도 구체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여성들이 어떤 피해를 받는지에 대한 조사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수립해 놓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피해자로서 여성에 초점을 맞춘 대응책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2007년 IPCC 4차 보고서를 통해 한국사회에서도 기후변화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두고 있었을 뿐 기후변화와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이라는이해당사자 입장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도 기후변화와 여성을 다룬 보고서를 찾아볼 수 없다. 본격적인 논의는 2010년 10월 글로벌여성포럼에서 ‘기후변화와 여성’에 관한 섹션이 열린 것이 유일했다.
국제기구에서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처음으로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위해 여성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채택됐다. 이후 1994년 UNFCCC가 출범한 이후 1995년에 첫 번째 당사국총회가 열렸지만 젠더 관점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200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9차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여성(GenderCC)' 그룹이 출범했고, 2007년 13차 당사국총회(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성 평등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합의 아래 '세계 젠더와 기후변화연대(GGCA:Global Gender and Climate Alliance)'가 결성되었다.
GGCA는 기후영향에 대한 성인지적 접근을 위해 3단계 행동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에 대한 성별 특성과 관련한 데이터와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평가·분석이다. 둘째는 성별 에너지 소비패턴과 에너지 방출 유형,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성별 영향 분석틀을 마련하고 기후변화 상관변수와 비상관변수 규명이다. 셋째, 기후변화 저감 및 적응과 관련한 결과를 분석할 때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고 성인지 기준과 지표를 개발한다. 이러한 3단계 행동 전략은 젠더 관점을 기후변화 의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여성환경연대의 사업이 돋보인다. 여성환경연대는 ‘파자마 퍼포먼스’를 통해 대형할인매장의 24시간 영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잦은 야간 근무가 신체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공감을 이끌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전국농민회총연맹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과 대안 찾기에 더 적극적이다. 주로 소농으로 구성된 여성농민회총연합이 게릴라성 폭우, 폭염, 홍수 피해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여성농민회총연합은 2010년 4월 7일 "정부는 기후이상으로 인한 농가의 실질적인 피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후이상에 따른 농작물 피해 실태조사, 사전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여성농민 스스로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데, 바로 소농을 통한 다품종작물 생산과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일이다. 소농은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통해서 유기농업이나 질소고정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질소 비료 사용을 대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역기후에 적합한 토종종자를 잘 지키고 보전하면 이상이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장필화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소장은 지난 10월 기후변화센터 국제심포지엄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성이 환경을 지키는 주체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정 기자 irumy20@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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