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등장한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자연재해는 더 이상 외면하고 있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최근 녹색성장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서울파트너하우스 한강홀에서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방안 및 온실가스 배출전망 시나리오’ 포럼을 지난 24일(수) 공동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앞으로 시행될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금융과 연계된 구체적인 시스템 연구를 통해 어떻게 제도를 구축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내 사정에 맞춘 기술적 모형에 관한 연구 성과 등을 듣는 자리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에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각국별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의무와 연간 배출허용량을 정한 뒤 국가마다 할당된 감축량 의무 달성을 위해 자국의 기업별·부문별로 배출량을 할당한다. 이때 할당량만큼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국가·기업의 경우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 할당량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기업이나 국가는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한 국가·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법으로 감축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돼 시장 전체로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먼저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위한 금융 시스템 연구’란 주제 발표에 나섰던 가톨릭대 법정경학부 김지영 교수는 “세계 탄소시장 거래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이 90% 시장주도를 하고 있다. 중국·인도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개도국에서는 에너지 산업 및 폐기물 취급처리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적·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분석 체계가 미흡한 한국은 이 제도가 기업의 성장수단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출권 거래방식 및 시장구축 방안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제도 도입 초기의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할당 대상업체와 공공성을 확보한 공적 금융기관에 한해 시장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시장 여건에 따른 민간금융기관 참여 허용이 필요하다”며 “배출권 거래제 대비 신규금융상품 개발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탄소배출권 선물·펀드·보증보험 등과 함께 기업 지원 모태펀드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토의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일호 고문은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에 대한 금융 중심의 개선 방안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배출권 거래제도는 금융권과 연계한 기술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제대로 제도가 운용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제도를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거짓보고 되는 경우, 주가가 확 떨어질 수도 있는 ‘공시제도’ 도입도 괜찮다. 이렇게 여러 가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도 “동의한다. 기업이 궂은 일, 즉 정확한 정보 공개를 한다면 단기적으로 불편 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편할 것”이라며 “기업의 탄소정보 공개를 현재의 자발적 정보공개에서 의무화로 접근한다면 양적·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기주 박사는 “기본적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성장수단 보다는 Cost(비용부담)를 줄여주는 수단이라고 본다”며 “배출권과 관련된 회계 및 세무 처리 문제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여러 복잡한 데이터문제들이 있지만 업종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상할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스템과 관련해 많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엄격한 Cost측면의 검토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에너지시스템 공학부 허은녕 교수는 “신규 금융상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의 상품들을 이용하면 더 경제적일 것”이라며 “신규 제도를 도입해도 기업은 기술 개발에 도태되면서 편할 것이다. 기술 개발을 통한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 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의 금융상품에  기반한 효율적이고 신뢰성 높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 시스템 구축 문제는 엄격한 전제조건들을 감안해 검토하되,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정부지원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했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