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찾아오는 손님 중 하나가 철새다. 수십만 마리씩 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때문에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수가 줄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세계 8대 철새이동경로 중 동아시아를 찾는 철새들이 큰 위협에 처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 연안이 가장 염려되는 지역으로 꼽혔다.
넓게 형성된 갯벌은 먹잇감이 풍부해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곳 중 하나다. 갯벌이 넓게 형성된 서해안이 매립 등으로 갯벌 파괴가 진행되자 철새들이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맹에 따르면 시베리아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을 잇는 경로를 이용하는 철새들이 해마다 5~9%씩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도 심각하다. 지난 2009년 이후 국내 겨울 철새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개체수가 가장 많은 가창오리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구온난화는 철새들의 이동시기도 바꿨다.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홍도 지역의 봄철 철새 13종의 이동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시기가 빨라졌다는 의미는 한반도에서 겨울을 난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일찍 떠난다는 의미다.
여름 철새인 검은 딱새와 겨울 철새인 되새는 최대 16일이나 이동시기가 늦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온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상행동으로 보고 있다. 3월이면 북상하는 기러기도 4, 5월 모내기철까지 남아 볍씨를 먹어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철새를 활용한 관광상품 중 하나인 군산세계철새축제도 이러한 영향을 받고 있다. 매년 군산에서 열리는 이 축제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6일 늦게 개최됐다. 철새들이 점점 늦게 도착하기 때문. 23일 현재 가창오리의 선발대만 1000여마리 발견됐을 뿐,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본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탓에 보기 드문 조류도 등장했다. 올 여름 열대성 조류인 물꿩이 원래 서식지보다 북쪽에 위치한 경남 우포늪에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원래 서식지보다 더 북상한 것이다.
이외에도 여름 철새가 텃새화 되거나, 여름 철새와 겨울 철새가 공존하는 등 철새 ‘지도’가 바뀌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까지는 경남 우포늪이 물꿩의 북상 한계선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온난화가 지속되면 이동에 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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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