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 기후변화 > MB정부 기후변화 정책 평가, 집단별로 엇갈려

이같은 평가는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최근 실시한 ‘기후변화정책에 대한 전문가 인식 설문조사 분석’ 결과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지난 13일 국회본청에서 ‘이명박 정부 기후변화정책 평가토론회 및 정책보고서 출간회’를 열었다.

▲ 이날 토론에는 (왼쪽부터) 오진규 에너지경제연 선임연구위원,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 유복환 녹색성장위 기획단장, 전의찬 세종대 교수(좌장), 윤순진 서울대 교수, 이동근 서울대 교수,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등이 참가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굉장히 많이 추진돼 왔으나, 논란도 많았다”면서 “임기 마감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현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정부(정부기관·국회·정당·지자체·정부연구소), 기업(경제단체·기업 일반·공기업·기업연구소·녹색업계), 시민사회(시민단체·민간연구소·학계·언론계) 등 3개 집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분석했다.

기업들, 원자력 중심 정책에 긍정적 평가…시민사회와 상치

그 결과 기후변화 대응정책 전반에 대해 정부는 전 영역에 걸쳐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시민사회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기업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에너지 정책 부문에 있어서는 순환정전 등 전력수급 문제를 인식해 다소 낮은 점수를 줬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추진해 온 ‘목표관리제’의 경우 정부와 기업은 각각 응답자의 39%, 35%가 ‘잘함’ 이상으로 평가해 보통 수준의 점수를 줬다. 반면 시민사회는 15%만이 ‘잘함’ 이상으로 평가, 비교적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 BAU 대비 30%)에 대해서는 정부 집단의 48.4%, 기업 집단의 58.3%가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경우 50.0%가 오히려 ‘낮다’고 평가했고, ‘높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그쳤다.

원자력 발전 위주 정책에 대해서는 기업 집단에서 특히 호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원자력 발전의 기후변화 저감 효과’에 대해 기업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시민사회는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0.7%가 ‘현 수준 동결’을 선택했다. 36.0%는 ‘단계적 폐쇄’를 택했다. ‘지속적 확대’를 택한 응답자는 23.3%였다. 지속적 확대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는 기업 집단(전체의 20%가 선택)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전체의 14%, 시민사회는 6% 응답자가 지속적 확대를 택했다.

▲ 윤순진 서울대 교수가 ‘기후변화정책에 대한 전문가 인식 설문조사 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 정부 스스로도 부정적 평가

기후변화 적응정책과 관련해서는 세 집단 모두의 평가가 부정적이었다. 특히 4대강 사업의 기후변화 적응 효과성에 대해 정부 스스로도 낮게 평가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저 -2점(부정적)~최고 2점(긍정적) 척도에서 정부 집단의 평균 점수는 -0.31점이었다. 기업도 -0.33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시민단체는 -1.18로 매우 부정적인 점수를 줬다.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모두 낙제점을 줬다. 지난 9월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 등 일련의 전력 수급 불안정 사태를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 집단이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부문도 있었다. 기후변화 국제협상전략,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를 통한 국제협력사업, 정부의 기후변화 교육·홍보 노력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 집단 모두가 좋게 평가했다.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만한 평가도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보급·확산 정책인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와 FIT(발전차액지원제도) 두 정책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RPS와 FIT를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4.7%로 과반을 차지했다. 현행 제도인 ‘RPS 강화’를 지지한 응답자는 28.4%, 과거 제도인 ‘FIT로 다시 전환’이라고 답한 사람은 16.9%였다.

또 ‘차기 정부의 기후변화 업무소관 방식’과 관련해 ‘현행 체제 유지’라고 답한 사람은 7%에 그쳤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항목은 ‘국무총리 소속의 행정위원회 또는 처(處) 신설’(33%)이었다.

“소통·거버넌스(governance·유관 기관 간 협력) 부족 아쉬웠다”

토론에서 이동근 서울대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에는 완화와 적응이 있는데, 현 정부는 완화에 치중하다 보니 적응 면에서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툴을 만들고 적응 계획을 세우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실행을 위한 재원이 없어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면서 “다음 정권에서는 적응과 완화가 잘 조화되도록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현 정부의 원자력 위주의 발전 정책과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 대책, 녹색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원자력보다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이번 정부에서는) 소통 기회가 없다 보니 산업계 불만이 많았다. 녹색보험,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 (산업계에 영향이 큰) 제도들에 대한 청사진이 녹색성장 정책 초기에 제시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