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의 한 방법으로 해저 퇴적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CCS(Carbon Dioxide Capture and Sequestration=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양생태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CCS 기술 상용화에 대비해 환경적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사전 예방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3차 국제 CCS 환경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을 통해 우리나라, 미국, 호주, 네덜란드 등 각국의 CCS 전문가들이 현재까지의 CCS 관련 연구결과와 진행상황을 공유했다.

 

CCS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다 속 800~3000m 이하 해저 퇴적층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직접적 이산화탄소 감축기술’로 주목 받으면서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유럽국가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국토부가 동해 울릉분지 인근 해역에서 이산화탄소 50억t을 저장할 수 있는 퇴적층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특히 CCS 과정에서 해수 중에 이산화탄소가 누출될 경우를 가정한 해양환경 영향에 대한연구가 관심을 끌었다.

 

 

네덜란드 와그닝헨대학연구소(IMARES Wageningen UR)의 클라스 카그(Klass Kaag) 박사는 ‘CCS저장 위해성평가 프로그램’ 발표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됐을 때 전체적으로 해양생물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산화탄소가 누출될 경우 해수의 PH농도는 더 낮아졌다. 이 현상이 모든 생물 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악영향을 받은 생물종도 있었다.

 

또한 PH농도를 여러 단계(8.0, 7.5, 7.0, 6.5, 6.0)로 구분해 진행한 해양생물 연구 결과, PH농도가 낮을수록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PH농도는 7(중성)을 중심으로 낮아질수록 산성을 띠고, 높아질수록 알칼리성을 띤다.

 

카그 박사는 “PH농도가 낮을수록 생물종의 수가 크게 줄고 생물의 성장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산화탄소 누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PH가 7 아래일 때는 분명한 영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에는 자연 상태의 해양 지층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의 생물종은 여전히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PH농도 외에도 수온, 계절적 요인, 생태학적 연관성, 이산화탄소 단기간 누출 등 다양한 조건에 대한 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기술원에서는 현재 다양한 배경을 고려하면서 해양환경영향평가의 체계와 방법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운송·주입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샐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이산화탄소가 새어나와 바다에 퍼질 경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현재 CCS 관련 환경영향평가의 주요 이슈다.

 

이같은 연구를 위해 기술원은 해수 중 이산화탄소량, 해양생물 현황, 수온, 염분 등을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분석 중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