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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약 0.74℃ 상승했다. 산업화와 인구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 평균의 2배인 1.5℃나 높아졌다. 21세기 중에도 약 2~5℃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한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동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구 표면과 바닷물의 온도 상승은 전염병 발생과 확산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인수공통전염병(Zoonoses)이다. 이미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예측에 대해 검토했고, 2009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역시 동물 전염성 발생과 축산업에 대한 기후 및 환경변화의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이들 국제기구는 “기후와 환경의 변화가 전염병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국가 및 지역단위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수공통전염병란 일반적으로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파되는 전염병이나 감염증을 말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등이 병원체다. 2010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에 게재된 ‘기후변화와 인수공통전염병’ 논문 자료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신종 전염병의 75% 이상이 동물에게서 유래된다.

 

현재 약 250종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탄저, 브루셀라병,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광견병, 일본뇌염 등이 포함된다.

이들 전염병의 특징은 치사율이 높다는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나 페스트, 광견병 등은 특히 치사율이 매우 높다. 1918년 유럽에서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5000만명이 사망할 만큼 치사율이 높았다. 한국에서도 740만명이 감염됐고, 이들 중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은 국내에 유입될 경우 그 피해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된다.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열대성 신종 인수공통전염병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에 대비한 사전 예방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환경과 생태계 등 기후변화는 전염병 매개체의 분포와 조류 및 야생동물의 이동, 숙주 밖 병원체의 생존기간 변화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기온의 상승과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한 식량 생산 위협과 영양실조 ▲도시 폭염으로 인한 심장 및 호흡기 질병 ▲기온 및 강우 패턴의 변화로 인한 질병매개 동물 분포 변화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증가 등 대기환경의 변화로 매개 동물의 수명 연장 ▲기온 상승에 의한 매개동물 및 병원체의 성장속도 증가 ▲강수량의 변동과 홍수 등에 의한 모기 품종 변화 ▲개발도상국가의 도시화로 위생상태 악화와 물 공급 부족, 인구 밀도 증가 등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매개체 전염병은 ▲말라리아 ▲일본뇌염 ▲웨스트나일열 ▲쯔쯔가무시병 ▲라임병 ▲리슈만편모충증 ▲리프트계곡열 등이다. 수인성 전염병은 콜레라, 비브리오 등이고 살모넬라와 같은 식품 매개 전염병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이외에도 설치류에 의한 ▲렙토스피라병 ▲신증후군출혈열, 철새 및 야생동물 이동에 의한 ▲인플루엔자 ▲광견병, 홍수로 인한 토양병인 탄저 등이 있다.

 

 

모기, 진드기 등을 매개체로 아열대지역에 주로 발생하던 인수공통전염병은 최근 20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동물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발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미국 뉴멕시코에서는 유행성 출혈열을 유발하는 한타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졌다. 그 해 미국 남서부 겨울철의 날씨가 엘니뇨 등 해양기상 변동으로 유난히 더웠다. 따뜻한 겨울을 나면서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한타 바이러스도 함께 증식하면서 젊고 건강한 성인들이 대거 사망한 바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웨스트나일열은 1999년 중동으로부터 유입된 이후 2005년까지 미국 전역에 확산, 2만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약 800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1990년 6명에서 2004년 826명, 2007년 2192명이 발생했다. 뎅기열 환자도 2001년 6명에서 2006년 35명으로 증가했다. 진드기가 매개체인 전염병 쯔쯔가무시병은 2003년 1415명, 2007년 5981명으로 크게 늘었다.

‘기후변화와 인수공통전염병’의 저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세균질병과 정석찬 과장은 “지구온난화가 매개 곤충의 산란, 발육 등 생태를 변화시켜 전염병을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인성 전염병, 즉 물의 위생과 관련된 전염병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은 비브리오균의 증식을 도와 관련 질병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의 발육 기간이 단축되고 성충이 되는 비율도 증가한다. 빨리 성장하고 많은 수가 성충이 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많은 모기와 접촉할 기회가 늘어 말라리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기후변화대책위원회가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을 마련, 기후변화 대응 보건 종합대책을 통해 건강영향에 따른 전염병 예방관리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구체적인 전염병 대응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전염병 정보 네트워크 구축, 교육 및 홍보 체계 강화 등 국가재난질병 대응 통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위험요인들이 끊임없이 변화해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의학, 수의학, 집단생물학, 분자역학,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적용한 새로운 감시·대응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병원체 신속 탐지기술 및 매개체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물 전염병은 감염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각 질병별 특성, 매개동물 특성, 경로, 예방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질병의 특성에 맞는 전염병 대응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