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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기온은 1.8℃가 상승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 0.75℃보다 2배나 높다. 1971년 이후 40년 동안 우리나라 기온이 1.4℃가 상승하는 등 최근 들어 기온 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기온 상승과 함께 폭우, 가뭄 등 극한 기후현상도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에서 무려 588mm의 비가 내렸다. 통상 여름 3개월 동안 평균 890mm에 내리는 것과 비교하면 여름철 강수량의 70%가 단 3일만에 내린 셈이다. 당시 광화문과 강남역 등 서울 한복판에서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날로 뚜렷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 기관들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상청이 나섰다. 23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 워크숍’을 열고 시나리오 활용 방향과 노하우에 대한 발표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 개발 및 활용 ▲한반도 상세 기후변화 전망 ▲新시나리오에 기반한 부문별 취약성 평가 등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한 농업과 전력수요 분야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 방법 등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란 기후변화 모델을 이용해 미래의 기온, 강수, 습도, 바람 등을 예측한 정보다. 2007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이를 활용해 제4차 평가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기상청은 2013년 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에 반영될 새로운 기후변화 전망을 이날 발표했다. 새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온이 3.2℃ 상승하고 강수량은 15.6% 늘어난다. 이는 전세계 전망인 기온 2.3℃ 상승, 강수량 3.2% 증가를 웃도는 수치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권영한 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지난 100년 동안 일어났던 기후변화가 2020년 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단순하게 미래에 기온이 얼마나 상승하고, 강수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기후 예측은 물론 그에 따른 영향과 취약성 평가 등 농업과 산림, 재해, 보건, 수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워크숍에서 농촌진흥청 서형호 연구관은 고랭지 배추, 마늘, 감귤 등 작물이 미래에 어느 지역에서 적합하게 자랄 수 있는지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고랭지 배추의 재배 적지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 온실가스가 줄어들지 않고 현재의 추세로 계속 배출될 경우 2020년 68만8446ha에서 2050년 9만3333ha, 2090년 4031ha까지 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의 평균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133만ha다. 2090년에는 현재의 7%에 불과한 지역에서만 고랭지 배추를 재배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서형호 연구관은 “기온이 1℃ 오르면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81km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올라간다”며 “40년 후면 강원도에서도 배추와 같은 한대성 작물을 재배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도입돼 재배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난지형 마늘은 2090년이면 재배 면적이 현재보다 960% 늘어난 729만8237ha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중부지역까지 난지형 마늘 재배가 가능해졌다. 뿌리만 내린 채 월동하는 한지형 마늘보다 잎이 어느 정도 자란 후 월동하는 난지형 마늘이 추위에 약하기 때문.

 

기온 상승이 병해충 출현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2002년 서귀포 감귤 농가에서 처음 볼록총채벌레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는 시설 망고를 재배하는 전 농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연구관은 “기온에 따른 향후 월동 가능성을 분석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온 변화에 따른 제주도 참다래의 개화기 분석, 사과 품종 중 하나인 후지 사과의 재배적지 분포 변동 등이 소개됐다.

 

 

기후변화에는 지구온난화, 즉 기온 상승도 포함된다. 폭염일수는 1971년부터 2000년까지 평균 8.2일이었다. 2010년에는 10.5일로 2.3일 많았다. 열대야 일수도 2010년 12.4일로 평년 5.4일보다 무려 7일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늘면서 냉방기기 사용도 급증했다. 지난해 9월 15일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늘어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예비전력이 ‘심각’ 수준으로 밑돌면서 강제 순환 정전이 실시됐다. 기온 상승이 전력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전력거래소 수요예측팀 김완수 차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한 미래 전력 수요 변화 예측에 대해 발표했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발전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진다. 수급의 불균형은 곧바로 정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하고 적정한 공급량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완수 차장에 따르면 1981년 이후엔 주로 여름철에 연중 전력 피크가 발생했지만 2009년부터는 겨울철로 피크 시기가 바뀌었다. 혹한 등 이상기온과 유류난방보다 전기난방 사용이 늘어난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2013년부터 2027년까지의 기온 변화를 토대로 전력 수요변동 상태를 조사한 결과, 여름철에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예상되면서 전력수요가 약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차장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기온 변화를 토대로 전력수요 변화를 추정한다”며 “전력수요 예측에 해당 시나리오를 반영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