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가 녹아 흐르는 프랑스 피레네 강. 레코피나 안제리에리(Rhyacophila angelieri)라는 날도래의 일종이 서식한다. 레코피나 안제리에리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강에만 산다. 그러나 빙하가 녹은 강에 사는 날도래와 같은 생물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학부 딘 제이콥슨 교수는 남아메리카, 유럽, 알래스카 등지에 있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 103곳의 생물종을 조사․분석한 결과, 빙하가 사라지면 이들 고유종들은 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하게 된다고 ‘네이처 기후변화’를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빙하까지의 거리, 빙하 크기에 따라 강물이 빙하로부터 받는 영향력 지수(GCC․percentage of glacier cover in the catchment)를 산출했다. 빙하와 가장 가까운 곳은 GCC가 100%다. 빙하로부터 멀리 떨어져 빙하 녹은 물의 효과가 전혀 없는 곳은 GCC가 0%이다.
연구 결과, 가장 생물종이 풍부한 지역은 GCC가 5~30%일 때였다.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GCC가 5%일 때 가장 종이 풍부했다. 유럽에서는 GCC가 30%, 알래스카는 5%일 때 가장 종이 다양했다.
문제는 빙하가 녹은 강에만 사는 특정 종이 GCC가 작아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GCC가 60% 이상인 곳에서 살던 곤충들은 GCC가 30~50% 지역으로 흘러가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GCC가 0%인 지역에서는 9~14종의 곤충 유충이 완전히 사라졌다. 즉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모두 녹아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지역별로 9~14종이 멸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이콥슨 교수는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강에는 일반 강과는 다른 유전자를 가진 곤충 유충들이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다”며 “빙하가 모두 녹으면 더 이상 이 유충들을 연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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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