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 기후변화 > “스발바르 국제 씨앗 금고를 아시나요”

현재 120여개국이 이용 중인 이곳은 바로 금고다. 금고의 정식 명칭은 ‘스발바르 국제 씨앗 저장고’로 보관하는 것은 ‘씨앗’이다. 식물 종자 총 42만여종, 2억여개가 저장돼 있다.

‘최후의 날 저장소(Doomsday Vault)’라 불리는 이 씨앗 저장소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나 핵전쟁으로 곡물 종자가 멸종할 경우 인류가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쟁, 자연재해, 농업 경영의 악화 등 온갖 종류의 재난으로부터 곡물 씨앗을 영구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는 사실상 전세계 주요 곡물 씨앗의 거의 전 종류를 보관하고 있다. 씨앗의 수집과 보존 작업을 맡은 곳은 ‘세계곡물다양성재단(Global Crop Diversity Trust)’이다. 이 단체는 곡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각 나라와 단체에 그와 관련된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이 2004년 만들었다. 재단은 미래의 후손들이 새로운 식량원을 개발할 때 도움이 되도록 가능한 한 다양한 종자를 보관하려 한다.

저장고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부 기온과 상관없이 온도가 약 0℃로 유지되는 지하벙커 터널이 100m 정도 이어진다. 철문을 하나 더 지나면 성에가 낀 동굴 속 1차 대기장이 나온다. 다시 철문 2개와 그 사이의 ‘에어룸’을 통과하면 약 -18℃로 유지되는 보관장에 들어서게 된다. 냉동창고와 비슷한 보관장에는 완전 방수 기능을 갖춘 알루미늄 박지에 포장된 씨앗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곡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것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200년 동안 이미 세계 작물 중 75%가 멸종했다. 유엔은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지금보다 50% 늘어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식물 다양성은 감소했지만 인구는 늘어 식량 대란이 우려된다는 것.

세계곡물다양성재단 대표이사 캐리 파울러는 “인류가 굶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곡물 유전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 그는 “농업의 기업화, 글로벌화로 점점 식물유전자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건강한 식량 증산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농촌진흥청 등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전세계의 잇따른 홍수, 집중호우 등의 기상 이변이 식량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