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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앤더슨, 알리시아 실버스톤, 호아킨 피닉스, 팝스타 핑크,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 특별한 패션 철학을 선호하는 해외 유명 인사들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패션을 고집한다. 바로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다.

 

비건 패션의 기본 철학은 채식주의다. 건강이나 다이어트, 동물애호, 환경보호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주의자(Vegetarian)가 늘어나는 추세다. 동물성 식품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비건처럼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패션 철학이 ‘비건 패션’이다. ‘의식주’ 중 ‘식’ 뿐만 아니라 ‘의’에도 채소 열풍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실천 강도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대부분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육식을 하는 사람을 ‘플렉시테리안’이라고 한다. 우유와 달걀, 생선까지는 먹는 채식주의자를 ‘페스코 베지테리언’, 여기에 닭고기까지 먹으면 ‘폴로 베지테리언’이다.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을 먹는 사람은 ‘락토 베지테리언’이다. 반대로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을 먹는 경우는 ‘오보 베지테리언’이다.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둘 다 먹는 채식주의자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다.

 

마지막으로 비건(Vegan)은 닭고기와 동물의 알,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 섭취를 일절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이들은 먹는 것은 물론 동물성 제품도 사용하지 않아 채식주의자 분류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다고 꼽힌다. 육식을 철저히 배제한 담백한 채식으로 건강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의도다.

 

비건 패션은 채식주의자인 비건들이나 동물권리보호 운동가들이 실천한다. 최근에는 지구 살리기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이 변하면서 일반인들 사이로도 점차 퍼지고 있다.

 

 

몇 년 전, 햄버거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 적이 있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 패티가 온난화를 야기한다는 주장이었다. 소고기 패티를 만들기 위해 목초지를 조성하면 숲이 사라지면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는 것. 또 사육하는 소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다량의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의견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소, 염소, 양 등이 1년 동안 내뿜는 메탄의 양은 약 8600만t에 이른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2배 이상의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온실가스는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는 것도 포함된다.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10kg 미만, 돼지고기 1kg에는 4~5.5kg, 조류 1kg에는 2.1~3kg의 사료가 필요하다. 사료 생산과정에서 트렉터를 비롯한 농기계를 사용하려면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화석연료의 연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또 사료 재배로 옥수수 등을 키우는 땅을 얻기 위해 아마존의 70%가 사라졌다. 산림파괴는 이산화탄소 흡수의 감소를 의미한다.

 

실제로 월드워치연구소도 2009년 가축 사육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 51%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가축 사육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비건 패션을 실천하게끔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비건 패션의 철학은 채식주의와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고기와 가죽을 생산하기 위한 가축 사육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동물학대 등 비윤리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은 먹지도, 입지도 않는다.

 

실제로 비건 패션 실천자들은 가죽과 모피, 울 등의 소재로 만든 의복을 착용하지 않는다. 단열효과가 뛰어난 오리와 거위의 깃털인 다운(Down)도 비건 패션 규칙에 어긋나는 소재다. 누에에서 뽑아낸 실크도 마찬가지다. 비건 패션은 옷 뿐만이 아니라 가방이나 신발, 악세사리, 심지어는 인테리어로도 이어진다.

 

때문에 비건 패션은 소재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목화나 삼마, 아마, 대나무와 같은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섬유가 소, 양, 토끼 등 다양한 동물성 소재를 대체한다.

 

한국패션협회(KFA)에 따르면 가죽은 자연섬유나 인조섬유면, 마, 린넨, 초미세 합성섬유, 모시, 합성피혁으로 만든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울의 경우 나일론이나 아크릴,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양모, 올른, 인조펠트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모피도 어렵지 않게 대체할 수 있다. 아크릴이나 아크릴섬유,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인조 모피는 찾기 쉽다. 부드러운 감촉의 실크는 나일론, 레이온, 금관화 섬유 등을 사용해 실크같이 보이거나 동일한 감촉의 다양한 섬유들로 대체 가능하다.

 

 

 

한국패션협회는 대체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비건 패션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환경보호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기업이 비건 콜렉션을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다양한 소재 개발로 이어지면서 합성화학 연구와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협회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도 비건 카드를 자신의 브랜드에 추가하기 위해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핸드백 브랜드 구나스(Gunas)는 친환경 소재로만 가방을 제작한다. 인도 출신 채식주의자 디자이너 수간드(Sugandh)가 특별히 고안한 인조 섬유 합성물로 제작한 가방은 더 가볍고 견고해 수명이 길다. 대체소재로 제작했지만 가방 수명은 더 연장된 사례다.

 

매트 앤 내트(Matt&Nat)라는 가방, 지갑 브랜드의 모든 제품은 100% 재생 플라스틱 병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에는 모든 가방 안쪽을 코르크로 라벨링 처리했다. 코르크는 패션 산업에서 수확 방법이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건 패션 기업은 소재의 한계가 분명하다. 협회 관계자는 “패션 스타일이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