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한국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산사태 등 각종 재난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해 10월, 태국에서도 50여년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40억t의 물이 쏟아져 방콕 주민들은 집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물 난리’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취약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 관련 재해, 중앙아시아 763건 1위
서경대 안재현 교수와 성신여대 이자원 교수의 ‘물 관련 재해 취약국가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중 자연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총 763건을 기록한 중앙아시아다.
재해 종류별 발생 비율은 홍수(33.1%)가 가장 높았다. 그 뒤로 태풍(25.6%), 지진과 쓰나미(13.3%), 전염병(9.5%) 순이다. 홍수와 태풍 같은 물 관련 재해의 발생비율이 절반이 넘는 58.7%에 달한다.
가뭄과 폭염, 홍수, 산사태 등 10가지 재해에 대해 1990~2007년까지 대륙별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동남아시아는 564건, 동아시아 536건, 서아시아 166건의 순서로 뒤를 이었다.
안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재해 발생지역의 변화에 따라 매년 순위가 바뀌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국가의 피해가 커 적응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국가기후변화적응포털 연구보고서인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프로그램 마련 :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가능성 조사 및 피해 저감정책 방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방이나 둑, 방벽, 배수시설 같은 홍수 제어를 위한 기반시설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홍수 제어를 위한 시스템이 파괴되면 인명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년간 방글라데시 기상재해 사망자 8241명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는 방글라데시다. 독일의 비영리 민간기후연구소 저먼워치(German Watch)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폭풍과 홍수, 가뭄 등 재해에 따른 사망자수와 피해액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조사 기간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기상재해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8241명이다. 경제적 피해액만 2189만 달러에 달한다.
이외에도 미얀마, 온두라스, 베트남, 니카라과, 아이티, 인도, 도미니카, 필리핀, 중국 등의 순서로 피해가 극심했다. 1990~2008년까지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만 총 1만1000번이다. 약 60만명이 사망했고, 경제적 피해액은 약 1조7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방글라데시는 2002년 잠재적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가 취약성과 자연재해의 영향을 살피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장려하기 위한 대응 프로그램 ‘NAPA(National Adaptation Programme of Action)’이다.
NAPA는 ▶물 부족 ▶산업인프라 손상 ▶식품 보안 ▶질환 증가 및 기타 건강 문제 ▶농업 생산량 감소 등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항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관리한다. 세부 사항으로는 ▶도시기반 산업의 탄력성 향상 ▶주요 홍수 발생 지역에 홍수정보지원센터 및 대피소 건설 등이다.
NAPA의 좋은 사례가 ‘사이클론 대피소’다. 방글라데시의 국토 대부분이 삼각주, 자연제방이라 늘 홍수와 강 범람의 우려를 안고 살았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이클론은 벵골만을 따라 북상해 홍수를 일으켰다. 때문에 사이클론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대피소가 마련됐다.
홍수와 태풍 등 물 관련 재해는 이상기후에 따라 발생 빈도와 심도가 좌지우지되는 대표적인 자연재해다. 유엔과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구호작업보다 예방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해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 대응이 먼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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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