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800년대부터 ‘액체 빵’으로 불리며 독일인의 일상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맥주 가격이 심상치 않다. 기후변화로 주 원료인 보리와 홉의 생산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적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Oktoverfest)에서 지난해 맥주 1리터 최고 가격은 9.2유로였다. 8.3유로였던 2010년에 비하면 3.4% 상승한 수치다. 해당 기간 동안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2.4%라는 점을 고려해도 맥주 가격은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 중 하나로 기후패턴의 변화를 꼽고 있다. 맥주 생산에 필수적인 작물이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2006년 유럽의 여름은 무더위와 폭풍우에 시달렸다. 수확 전 보리가 비를 맞아 알맹이에 피해를 입었고 생산량도 떨어졌다. 봄과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해 일찍 싹을 틔워 보리 품질을 떨어뜨렸다.
보리 생산량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맥주 제품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업자들은 최상품의 보리를 고집했다. 최상품 보리의 값이 올랐고 이는 곧 맥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생산업자들은 1516년 제정된 ‘독일 맥주 순수성 법(German Beer Purity Law)에 따라 물, 홉, 보리 등 3가지 자연원료로만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치솟은 보리 가격에도 옥수수나 쌀로 대체할 수 없었고 맥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도 맥주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풍부한 물이 필요한 홉 생산에 물 부족 현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최적의 홉 생산이 어려워졌다. 독일 북부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홉은 습기 있는 흙에서 겨울과 여름을 견뎌야 한다. 영국 국가기후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이상고온 현상이 있었던 해에 홉 생산량이 줄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독일 정부의 바이오연료 정책도 맥주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독일은 바이오연료 한도 법령에 따라 2015년까지 최소 8%의 바이오연료 사용비율을 달성해야 한다. 여기에 EU의 목표 10%도 2020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바이오연료로 이용되는 옥수수와 유채씨 생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연료 육성 정책은 보리 경작이 어려워진 생산업자들을 다른 작물로 이동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이현주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일상부터 다양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먼저 예측하고 적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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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