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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줄기가 마르면서 알이 까맣게 썩더니…”
한 번 번지면 방제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감자 풋마름병. 1998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점차 북상 중이어서 관계당국과 농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한반도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점차 북상해 최근에 이르러선 남부지방에서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이영규 연구사는 “남부지방의 감자 주 산지에서는 풋마름병에 감염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사는 “우리나라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감자에 치명적인 풋마름병 세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말았다”면서 “전국에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풋마름병 해소에 대한 노력도 배가되고 있다. 농진청은 최근 줄기와 잎을 이용한 기존의 유전자 진단방법보다 간편한 새 진단법을 개발했다. 멸균한 물에 감자조각 10개를 넣고 30분간 우려낸 후 그 물을 감자 풋마름병 유전자 진단키트에 넣어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쉽고 많은 양을 진단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작물 전염병·가뭄 등 이상기후, 먹거리 ‘씨’ 말린다
감자 풋마름병은 역사적으로도 인류에게 큰 상처를 남긴 전염병이다.
1845년 9월9일. 아일랜드 신문에 감자 역병(풋마름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이전에도 감자 흉작이 여러 번 있었지만 종전과는 양상이 달랐다. 아이리쉬의 주식인 감자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갔다.
‘감자 풋마름병’은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퍼졌다. 이 병은 줄기가 말라 죽는 토양전염성 병이다. 병에 걸리면 방제가 불가능하다. 병의 확산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아일랜드의 기후가 일조했다.
1846년 아일랜드 전체 감자 중 90%가 썩었다. 초토화된 감자밭 앞에서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내몰렸다. 100만명이 굶어 죽었고 100만명이 고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800만명이었던 인구도 600만명으로 급감했다. 2000년대 들어서야 800만명대를 회복했다.
이처럼 감자 풋마름병은 대기근을 야기, 아일랜드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케냐, 최악의 가뭄…‘먹거리 실종’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케냐는 농사를 지을 때, 주로 농업용수로 빗물을 사용한다. 농업용수는 1년에 두 차례, 우기 때 내리는 비가 전부다. 케냐의 80%가 넘는 대부분의 지역 강수량은 400mm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등 주변 지역 국가와 함께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두 차례 우기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맞았다.
보험회사 ‘AON Benfield’의 재해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재난별 피해규모와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곳이 케냐가 속한 동아프리카다.
케냐의 과학자들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가뭄내성 및 해충저항성 옥수수 품종 보급을 연구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먹거리’에 미치는 충격을 줄여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FAO, ‘한국의 작년 곡물자급률 26.7% 불과’ 지적
지난해 세계 쌀 수출량의 31%를 차지하는 태국에서 지난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농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의 폭우로 태국의 주요 쌀 생산지의 12.5%가 피해를 입었다. 생산량은 300만t 가량 줄었다.
세계 4대 쌀 생산지인 남미도 라니냐 현상으로 생산량이 15% 감소했다. 밀 수출 세계 3위의 러시아는 130년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정부는 83개 지역 중 23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이처럼 전세계에 걸친 이상기후로 식량 공급량이 감소하자 전문가들은 대란을 우려하고 나섰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앞으로 식량 부족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곡물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 잦은 기상이변이 꼽혔다.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는 2050년 곡물가가 2배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식량대란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큰 걱정거리다. 인간이 생존하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의 생산량이 줄자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 실제로 러시아가 가뭄으로 밀 수출을 중단하자 지난해 12월 국내 농산물 가격은 전년도 같은 달 대비 26.5% 상승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곡물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하루에 두 끼는 외국 곡물을 먹는 셈. 국제곡물가격에 따라 국내 물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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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