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국가의 안보는 물론 사회 존폐 여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7년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한계치에 이르게 될 것이다”며 “그 전에 이를 막을 강력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지구는 영원히 그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재앙을 예고해주는 사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됐다. 2003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 사태다. 또 지난 10월 태국 전역을 불안하게 했던 대홍수의 피해도 예사롭지 않다. 페루에 물 관련 사회분쟁이나 미국 남부와 남아시아 국가들에 닥쳤던 해일의 강도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상재해가 거의 매년 발생한다.
지구촌 최대 비극,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
“21세기 지구촌 최대 비극인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초래됐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6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다르푸르 지역은 예전에는 정이 많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비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토양이 비옥했다. 쌀을 비롯한 곡식과 과일을 집약적으로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도양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계절풍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년간 이 지역 강수량은 40% 이상 감소했다. 70%의 주민이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초지나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짐승을 방목하는 유목민들은 짐승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초지가 사라졌다. 농사를 지을 땅은 사막으로 변했다.
유목민들은 소와 염소의 먹이를 위해 농부들이 경작하는 농지를 침범했다.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농부로서는 유목민의 침범은 생존문제로 이어졌다. 다르푸르 분쟁으로 인한 공격은 큰 인도주의적 위기를 낳았다. 유엔은 폭력과 질병으로 45만명이 사망했고, 강제 퇴거된 사람만 25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삼켜버린 ‘분쟁 섬’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30년 가까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오던 무인도는 기후변화로 사라졌다. AP통신은 “해상 관찰과 위성사진 판독 결과 섬이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벵골만의 하리아방가강 입구에 있는 이 섬은 썰물 때 물 위로 드러난 최대높이가 해수면에서 2m를 넘지 않는 섬이다. 최대길이 3.5㎞, 최대폭 3㎞이었던 작은 바위섬을 두고 인도는 ‘뉴무어’, 방글라데시는 ‘사우스 탈파티’라고 부르며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섬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영원히 가라앉았다. 두 나라가 오랫동안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기후변화가 해결한 것이다.
사라진 섬이 영유권 분쟁에 휘말렸던 이유는 해상 경계선 때문이다. 섬 자체는 사람이 살고 있지도 않고 따로 구조물도 없다. 하지만 섬을 어느 나라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해상경계선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섬이 사라졌다고 모든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인도 외무부 관리는 “해상 경계선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이라고 말했다.
페루는 물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페루 수자원관리국에 따르면 2010년 2월 말까지 페루에서 발생한 수자원 관련 분쟁은 244건이다. 그 가운데 22건은 심각한 수준이다. 해결된 분쟁은 9건, 105건은 아직 초기단계, 1,087건은 잠재적 분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물 분쟁이 일어나는 가장 큰 계기는 ‘물 사용권’이다. 전체 분쟁의 56.8%가 이에 해당한다. 물 사용을 놓고 서로 다른 성격의 산업이나 분야 활동이 먼저 물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가정용 물, 농업용수, 양식업 및 수산업, 에너지산업, 전력, 일반 제조업, 광업 등 여러 분야의 사용자들이 제각기 우선적인 사용을 주장하는 경우다.
지역간 물 분쟁도 매우 많아 170건 정도가 서로 다른 도시, 지역간의 물을 둘러 싼 이용권 분쟁이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홍수, 가뭄 등으로 수자원 가용 정도도 불안정해 물 분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페루 수자원관리국은 “분쟁 발생지역이 대부분 벽지, 비도시 지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 수자원이 골고루 도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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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