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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서울 광화문, 강남 등지에서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최근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서울시내 침수 방지를 위한 하수관거 확장에 필요한 비용을 추산해 보니, 2032년까지 약 36조원(30년 빈도 호우 기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상하수도 분야 재정지출 규모가 1조8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36조원이라는 막대한 지출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물과 지속가능 개발협력 포럼’에서 이병국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적한 이야기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최, 한국상하수도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 포럼에서는 ‘물과 기후변화’ ‘물과 보건위생’ ‘물관리 및 수자원 개발’ 등을 주제로 우리나라와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물 관리 방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적응을 위한 물 분야 중요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구 전체 평균 기준으로 보면 평균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는 듯한데, 그 사이에 홍수·가뭄의 변동 폭이 매우 커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갑자기 커진 변동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물 분야 대응에는 막대한 재정이 들기 때문에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전 세계적으로 기후와 연관된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같은 재해를 보상하는 보험제도는 50%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대로 국가 또는 개인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무엇보다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응에 실패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기후로 인한 GDP 손실은 전체의 3%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UNESCAP(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사무관은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의 경제성장으로 아시아 지역 약 3억3200만명의 소득수준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섰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뿐 아니라, 수질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요구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물 분야 인프라 투자는 다른 분야에 비해 굉장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앞으로의 물 관리는 국가 경제성장 전략 차원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다뤄져야 한다”면서 “또한 기후변화, 강우 집중 등으로 버려지는 물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하는 등 환경 효율적 물 관리와 사용이 점점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홍일표 박사는 토론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1만2000L의 물이 들고, 석탄·우라늄 등 화석연료를 채취할 때도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결국 물 사용을 늘리는 일”이라며 “경제 발전과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물 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